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약 4개월간 이어진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이 마무리됐다.
재계는 조기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불확실성을 털고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마련됐다고 기대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 회복과 환율 안정, 대외협상 재개, 주요 법안 처리 등 당면한 과제에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들은 조기 대선으로 출범할 새 정부에 바라는 바로, 외국인 투자와 환율의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우리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현직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해진 수출 경기로 인해 최근 대폭 줄었다.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신고기준 64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9.2%나 줄었다.
1분기 FDI가 감소한 것은 2019년(-35.7%) 이후 6년 만이다.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에서 돈을 쓰지 않으면서 원화 환율을 크게 오르면서 우리 기업들을 부담스럽게 했다.
이날 오전을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 초반과 1460원대 후반을 오르내리며 1500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9년 3월 1483.5원에도 근접한다.
고환율은 해외에서 수입한 원자재로 제품을 만들어서 나라 밖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많은 우리 산업구조상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 비용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수출품의 가격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어 잘 팔릴 수도 있지만, 생산 비용의 상승이 그보다 크면 오히려 장기적으론 우리 기업들은 막심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고환율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내수 시장의 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
기업들이 새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환율을 꼽는 이유다.
기업들은 새 정부 출범으로 컨트롤타워를 재건하고 꽉 막혔던 대외협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이 시작된 이후, 우리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 없이 직접 ‘맨땅에 헤딩’ 격으로 외국에 나가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우리 경제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하소연해 왔다.
특히 전날 우리나라에 대해 상호관세 25%를 부과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의 접촉을 여러 통로로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재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우리의 하소연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알 수가 없어 힘들었다"고 했다.
대통령이 직무정지돼 있는 가운데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인사는 재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이끈 대미 사절단이 지난 2월21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취임 선서식을 3시간 앞두고 어렵사리 만나 우리 기업들의 입장을 전달했고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미국에 31도 규모의 대미투자 계획을 백악관에서 발표했지만, 미국 정부가 발표한 관세조치에서 그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은 전혀 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로운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과 만나 소통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런 어려운 상황들이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북 경주에서 오는 10월 말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성공 개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APEC 회의에는 경제인 행사도 별도로 열려 우리 재계의 관심이 크다.
전 세계에서 170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하고 우리 기업인들과도 ‘최고경영자(CEO) 서밋 등 행사를 통해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CEO 서밋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맡아서 준비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APEC 회의로, 우리나라가 약 7조4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각종 경제현안들의 향방에도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누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돼 어떤 정부를 꾸리느냐에 따라 운명은 크게 갈릴 분위기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의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다시 돌아왔다.
차후 다시 정부에 전달됐을 때는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시행 여부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52시간 근무 예외 여부가 걸려 있는 ’반도체 특별법‘과 현재 용인시에 조성되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사, 과세방법을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는 ’세법 개정안‘ 등의 향후 진행상황도 재계가 주목할 사안들로 손꼽힌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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