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렬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서 역대급 침체에 빠진 내수 경기가 반등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3 계엄 사태로 크게 위축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서 소비심리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미국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고물가 압력이 계속되면서 내수 시장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4일 통계청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전월대비 1.7% 줄었다.
의류(-1.7%), 신발 및 가방(-8.7%) 등 생활 필수재가 포함된 품목군이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비내구재 소매 판매도 2.5% 줄며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음식료품 소비는 6.3% 감소해 소비심리 위축을 보여줬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준내구재·비내구재 소비가 각각 1.0%, 1.5% 증가하며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 1월부터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서비스업 생산도 부진했다.
2월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은 전월 대비 3.0% 감소하며, 2022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외식과 나들이 수요가 동시에 꺾이면서 전반적인 체감경기는 더욱 냉각되고 있다.
유통업계 실적도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과 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2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경우 2월 매출액은 각각 5353억원, 1조30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7.9%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 위축이 체감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치 리스크가 해소돼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 소비심리가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계엄령 발표 직전인 지난해 11월 101에서 12월 88로 급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후 올해 1월 91, 2월 95 소폭 회복세를 보이다 3월 93.4로 다시 떨어졌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유사한 흐름이 있었다.
당시 소비자심리지수는 2016년 10월 103에서 12월 94로 떨어졌다가, 2017년 4월 탄핵 인용 이후 102까지 회복됐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서울 중심 상권의 백화점·면세점은 정치 집회 종료에 따른 유동 인구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식음료 및 프랜차이즈 업계도 가맹점 창업 문의 증가 등 수요 반등 조짐을 예의주시 중이다.

하지만 유통업계 안팎에선 여전히 신중한 시각이 우세하다.
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는 긍정적이지만, 고물가와 환율 상승,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압박 등 대외 리스크가 여전하다"며 "소비심리 회복세는 상반기 내 가시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맹점 창업 문의가 급감했다"며 "기존 점주들도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도 "정치적 안정 여부에 따라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이 갈릴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회복 속도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정치 리스크가 일단락된다면 하반기에는 소비가 조금씩 살아날 수 있겠지만, 소비자 신뢰 회복에는 분명한 경기 부양 시그널이 병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임혜선 박재현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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