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불법적으로 공장을 점거해 생산 차질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 부족한 생산량을 회복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경영계가 우려를 나타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9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불법쟁의행위 손해배상 판결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사법부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다른 불법행위와 차이를 두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노조의 공장 불법점거로 수백대 자동차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점거에 가담한 조합원들이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까지 받은 상황에서 회사의 손해가 없다는 판결을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생산 차질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성노조의 폭력과 파괴, 사업장 점거, 출입 방해 등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많은 기업이 불법행위에 시달리고 있다"며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기보다 사업장 점거 같은 극단적인 불법행위 관행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2012년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 라인 등 일부를 점거했다.
이에 현대차는 불법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배상하라며 참여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법원은 현대차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2023년 6월 파업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성대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헛되이 지출한 고정비용은 근로자와 근로관계에서 '간접 사실'이 아닌 '직접 사실'"이라며 법원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이 각 손해의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됨에도, 각 개별 조합원의 과실 비율에 따른 증명책임을 피해자인 사용자가 지도록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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