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신라, 신세계, 현대 등 유통 대기업 산하 면세점들이 업황 악화로 지난해 부진한 경영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중소업체인 경복궁면세점은 흑자를 이어가면서 명암이 엇갈렸다.
대형사와 달리 입·출국장 면세점을 함께 운영하면서 마진이 늘고, 임차료 부분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해 수익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복궁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이 2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190억원에서 28.4% 감소한 136억원을 기록했으나 2022년 100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이후 3년 연속 100억원대 흑자를 이어갔다.
대기업 면세점들이 고환율에 따른 내국인 이용객 감소와 주요 시장인 중국의 경기 침체, 임차료 부담,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기준 변경으로 발생한 추정 부담금 등이 더해지며 수백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면세점 4개 사의 영업손실액은 롯데면세점 1432억원, 신라면세점 697억원, 신세계면세점 359억원, 현대면세점 288억원 등 총 2800억원에 달했다.
경복궁면세점은 한식 경복궁, 일식 삿뽀로, 중식 팔진향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외식 전문기업 엔타스 산하에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천국제공항 1, 2터미널의 입·출국장과 김해공항 입국장, 청주공항 출국장에서 면세점 사업을 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산하 면세점이 진출할 수 없는 입국장 면세사업권을 여러 군데 확보한 것이 경복궁면세점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출국할 때나 해외여행지에서 선물용 상품을 구매하지 못한 여행객들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방문하는 곳이 입국장 면세점"이라며 "복수 사업자가 있는 출국장 면세점에서는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중소 면세점만 있는 입국장에서는 마진을 높여도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복궁면세점의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2%였으나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평균 49% 수준으로 내려갔다.
상장사인 호텔신라의 원가율이 57~60%로 이와 비교해 10%포인트가량 낮다.
단순 계산으로 100만원짜리 상품을 팔면 약 10만원이 더 붙는 구조다.
경복궁면세점이 추가로 김해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권도 따내 실적 상승효과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해공항 매장은 지난 2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대기업 산하 면세점에 비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납부하는 임차료 규모가 적은 것도 호실적의 배경이다.
고정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상황에서 상품 매출이 높아 이익률이 상승하는 구조다.
경복궁면세점이 임차료로 지불한 금액은 2023년 703억원, 지난해 753억원이었다.
상장사인 호텔신라의 임차료는 2023년 4719억원에서 1년 새 7040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신라스테이 등 임차로 운영 중인 호텔과 면세점 임차료를 합친 액수다.
신라면세점이 2023년 하반기부터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면세점 임차료로 대략 2000억원 안팎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복궁면세점보다 최소 2배 이상 높은 액수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입찰자가 예상하는 객단가에 공항 이용객 수를 곱해 산정한다.
중소 면세사업자의 경우 규모나 업력, 브랜드 상징성 등이 상대적으로 열세여서 대기업 산하 면세점보다 기본 단가가 낮다.
또 사업권을 따낸 뒤 대형 면세점은 소정의 임대보증금을 현금으로 내야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은 보증서를 발행한 뒤 이를 대신할 수 있어 진입 시 부담도 덜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업황이 나빠지면서 면세점들이 보수적으로 예상한 객단가조차 맞추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관련 업계가 임차료 문제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계부처와 이해 당사자 간 입장 때문에 민감한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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