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업계가 서울 강동구에서 '그로서리(식료품) 마켓'을 놓고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식료품 특화 매장을 선보인데 이어 이마트도 '푸드마켓' 고덕점을 오픈하면서다.
대형마트에서 비식료품의 비중을 과감하게 줄이고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주 구입하는 신선식품을 비롯한 식료품을 대폭 늘려 온라인 중심의 소비 트렌드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17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 서울 강동구 고덕비즈밸리 지하 1층에 식료품 특화매장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오픈했다.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점에 이어 두 번째 푸드마켓으로,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 매장이다.
이 매장은 면적의 95%(3471㎡·1050평)를 식료품으로 채웠다.
1만3000개의 신선식품과 즉석 델리상품을 기존 매장보다 20% 더 많이 채웠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 트렌드와 인근 상권을 고려해 각종 특화존만 21개에 달한다.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의 가장 특징은 젊은 고객들의 선호에 부합하는 매대다.
수입 과일과 채소를 모은 '글로벌 가든'과 냉장고에 보관해도 일주일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스마트 채소' 코너, 세 가지 국산 흑돼지 품종을 선보이는 'K-흑돼지존' 등 코너마다 개성이 뚜렷했다.
특히 매장 곳곳에서는 신상품을 시식해볼 수 있는 이벤트 팝업스토어가 열려 직접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점도 돋보였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은 수입 젤리, 비스킷을 모은 '스위트 스트리트', SPC삼립과 협업해 선보이는 베이커리 매장 '밀&베이커리' 등 매장내 특화 공간이 가득했다.
이날 고객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신선식품 존'이다.
이마트는 매장을 오픈하며 10대 대표 신선식품을 최저가 수준으로 선보였다.
애호박 2개에 1480원, 바나나 한송이 980원, 보조개 사과 7980원, 30구짜리 계란 한 판 2980원 등 파격가에 판매하면서 해당 상품을 싹쓸이하는 방문객들이 심심치않게 목격됐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임미선(54)씨는 "집 근처에 이마트 점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며 "볼거리가 풍부한 것 같아 앞으로도 자주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푸드마켓 고덕점에서만 판매되는 초저가 화장품도 눈길을 끌었다.
이마트가 비욘드와 협업해 개발한 브랜드 '글로우업' 제품은 고덕점에서 평시 이마트에서 판매하던 비욘드 제품들보다 20%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다.
최진일 이마트 MD혁신담당(상무)는 "가성비 뷰티존은 향후 전점으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아직은 고덕점에서 첫 테스트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 상권은 최근 대형마트 업계에서 격전지로 부상했다.
고덕과 다산, 잠실, 송파 등을 흡수하는 광역 상권인 데다, 신도시와 오피스가 몰려 배후 상권이 풍부하다.
유통 소비 트렌드를 리드하는 20·30세대의 유입이 많고, 재개발과 개건축 단지에 수십만 세대가 입주해 인구 성장성이 높다.
최 상무는 "2~3년 후 지하철이 들어오고 JYP 사옥이 이전할 예정"이라며 "같은 건물에 입주한 이케아 강동점에 20·30대 젊은 고객이 몰리는 점을 고려해 고덕에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마트도 지난 1월 서울 강동구 천호역 인근에 '롯데마트 천호점'을 오프하면서 매장의 80%를 신선식품과 즉석 식품 등 그로서리로 채웠다.
30대와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상권 특징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천호점의 즉석 조리 식품 매출 구성비는 전 점 평균의 2배에 달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천호점은 대형마트의 강점 요소인 그로서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철저한 상권 맞춤형 매장 구성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매출의 경우 롯데마트의 2000평대 미만 28개점의 평균 매출보다 30% 이상 높고 객수는 25% 이상 많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2023년 8월 메가푸드마켓 강동점을 열고 강동상권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았다.
홈플러스는 2022년 2월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식품 전문 매장인 메가푸드마켓을 선보였으며, 현재 33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영업 면적 4000평 이상 규모의 강동점은 델리와 베이커리 등 주요 먹거리 특화존을 식품 매장 입구 전변에 배치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하 2층에 위치한 식품 매장은 지하철역과도 연결돼 고객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지역 니즈에 맞춰 고객 동선 효율을 개선해 쇼핑에 최적화된 환경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3사가 일제히 '식료품 특화 매장'을 강화하는 것은 신선식품이 오프라인 매장의 핵심 차별성으로 떠오르면서다.
최근 온라인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지만, 채소와 고기 등 신선식품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골라야 신뢰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은 데 따른 것이다.
최진일 상무는 "식품은 직접 보고 구매하는 분들이 많아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몰 사업은 스타필드, 일반 그로서리 마켓은 이마트 푸드마켓으로 차별화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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