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전면 부과하면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의 3월 대미 수출이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서며, 통상 압박이 수출 전선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1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10억400만달러(약 1조426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감소했다.
수출 물량 기준으로도 71만t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5% 줄었다.
같은 기간 알루미늄 수출량 역시 9만6844t으로 전년 동월보다 약 4.7% 감소했다.

이번 수출 감소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철강 분야에 처음으로 글로벌 통상 압박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낸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2일부터 기존에 적용하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수입 쿼터 및 관세 면제 조치를 종료하고, 전 세계 대상 고율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철강 제품에는 25%, 알루미늄 제품에는 10%의 추가 관세가 적용됐다.
관세 부과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켜왔던 우리나라 철강사의 입지가 약화하고, 미국 철강사의 비중이 다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로 수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미국 내 철강 수요도 자동차 산업 부진 등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용 철강판 수출액은 26.5% 줄어 감소 폭이 컸다.
다만 강관 제품의 경우 4.5% 증가해 관세 영향이 품목별로 엇갈려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철강 수출 감소가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는 가격 경쟁력에 직접 타격을 주는 만큼, 기존 물량 유지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수요가 정체된 데다 관세 부담까지 겹치면서 수출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수출 감소가 관세의 직접 영향이라 단정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특성상 대부분 수개월 전 계약이 선행되고, 선적 일정과 현지 수요도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통상 정책이 본격적인 보호주의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출 환경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철강업계는 품목별 전략 재조정 등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쿼터량(263만t) 내에서 무관세로 고수익 상품을 주로 수출했다면 지금은 관세 정책 변동에 따라 사업 전략을 바꿔야 할 상황"이라며 "관세가 붙는 대신 물량 제한이 없어진 만큼 가격을 낮춘 철강 제품을 대량 공급해 수익성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했다.
일부 철강사들은 현지 생산 확대로 파고를 넘을 방침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미국에 약 30조원을 투입해 오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포스코 역시 현대제철의 제철소에 공동 투자해 물량을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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