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 5년 만의 장르물…다채로운 감정선 섬세하게 표현
공승연, 장르물 첫 도전…반전 있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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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민아(위)와 공승연이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에서 각기 다르지만 확실한 개성의 캐릭터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여섯 인물이 얽히는 스릴러를 여섯 편으로 구성했다. 그러다 보니 각각에 조명하느라 초반부는 다소 루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참으면 어느새 끊어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발견할 수 있는 확실한 재미가 있다. 바로 장르물을 만나 새롭게 돋보이는 신민아와 공승연의 새 얼굴이다.
4일 오후 6부작 전편 공개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악연'(감독 이일형)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각기 다른 사연과 욕망을 가진 인물들의 선택이 나비 효과를 일으켜 예측할 수 없는 악연으로 연결된다는 설정을 내세웠다. 이에 여섯 명의 캐릭터들이 여섯 개의 에피소드에 걸쳐 얽히고설킨 악연의 굴레를 풀어낸다.
작품은 먼저 큰 갈래를 보여준다. 빚에 쫓기며 살아가는 사채남(이희준 분)은 한 달이라는 기한 안에 돈을 갚아야만 하는 상황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이다.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길룡(김성균 분)과 교통사고를 가장해 사망보험금을 받아내려고 하지만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살해당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그런가 하면 번듯하게 성공한 한의사 안경남(이광수 분)과 매력적인 여자 친구 유정(공승연 분)은 행복한 한때를 보내던 중 새벽에 급히 서울로 향하다 끔찍한 교통사고를 저지른다. 마침 그 도로를 지나가던 한 커플이 이들을 의심하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다. 그러나 또 한 명의 목격자가 있으니 바로 목격남(박해수 분)이다. 이에 안경남은 사고를 은폐하려는 그들 앞에 나타난 목격남에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다.
여기까지가 초반 극의 흐름이다. 전체 줄기를 시작하기 위해 각각의 서사를 보여주다 보니 다소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장르 자체가 딥한데 망망하게 뻗어 있는 갈래들로 시작하니 중간중간 몰입이 흐트러질 때도 있다.
그러나 2회까지 견뎌내고 나면 3회부터는 순식간에 집중도가 높아진다. 여섯 인물이 지닌 서사가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는 것을 눈치채게 되는 순간부터는 모든 장면이 복선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작품이 내세운 '스릴러'의 장르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추리력을 자극하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의사가 된 주연(신민아 분)이 등장하며 사건의 물꼬를 트고, 유정의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부터는 흥미를 더욱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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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민아가 5년 만에 복귀한 장르물을 통해 전작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
앞서 신민아와 공승연은 제작발표회 등을 통해 장르물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래서일까. 공개 전부터 그들의 연기 변신에 이목이 집중됐다.
먼저 신민아의 경우 2019년 JTBC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2020년 영화 '디바' 이후 약 5년 만의 장르물 복귀다. 이번 작품 전까지 '갯마을 차차차' '우리들의 블루스' '손해 보기 싫어서' 등 연이어 로맨스 작품을 소화한 데다 바로 전작 '손해 보기 싫어서'로는 로코퀸의 저력을 입증했던 신민아였던 만큼 오랜만의 장르물에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신민아는 '악연'에서 과거의 상처로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외과 의사 주연으로 분한다. 주연은 두 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인물과 재회하며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인물이다.
주연은 저마다 악한 인물들이 대놓고 등장하는 스릴러 작품 속에서 어찌 보면 가장 밋밋할 수도 있는 캐릭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복수와 욕망도 있지만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두려움도 공존하는 복잡한 인물이기도 하다.
신민아는 이러한 주연의 감정선을 버석함과 건조함을 입은 채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박재영(박해수 분)의 정체를 알게 되고 분노에 휩싸인 채 그를 쫓아가지만 단둘이 폐쇄된 엘리베이터에 남게 되자 어느새 공포에 잠식되는 과정을 그려낸 장면은 몰입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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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공승연이 첫 장르물 '악연'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넷플릭스 |
신민아의 주연이 잔잔하지만 큰 키를 쥔 채 극을 이끌어간다면 공승연의 유정은 확실한 임팩트를 남긴다. 극 중 유정은 남자친구가 사고를 덮는데 눈을 감으며 동조의 악연에 빠지는 인물이다. 치명적인 팜므파탈 매력을 지녔으며 이 매력을 돈을 쫓는 데 남용한다.
공승연은 이러한 유정과 '악연'을 통해 장르물에 첫 도전했다. 특히 그는 제작발표회는 물론이고 시놉시스에서도 계속해서 '반전이 있는 캐릭터'라며 유정에 관한 설명을 아껴온 바 있다.
실제로 그동안 '소방서 옆 경찰서' '불가살'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너도 인간이니?'를 통해 다소 밝고 건강한 역할을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극 초반 산으로 가서 시체를 묻자는 안경남을 말릴 때까지만 해도 앞선 작품들과 크게 다른 바가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공조를 시작하고 목격남과의 관계와 반전이 드러나면서부터는 공승연의 다채로운 모습이 시작된다.
정숙하고 차분한 줄 알았던 그는 안경남에게 '입냄새 난다'며 거친 말도 서슴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안경남을 바라보는 익살스러운 표정이나 신나게 무덤을 파는 모습은 긴장감 가득한 작품에서 잠깐의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욕망과 복수로 점철된 '악연'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호흡을 따라가는 것이 취향적으로는 호불호가 나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건 신민아와 공승연의 반갑거나 혹은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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