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쪽으로 배를 타고 4시간 동안 가야 하는 아득한 섬, 덕적도. 1970년대 의료진이 귀했던 시절, 모두가 기피하던 이곳에 자원한 전공의가 있었다.
거즈도, 링거액도, 수혈용 혈액도 갖추지 못한 열악한 환경에서 응급환자를 살리겠다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위 수술을 도감을 보면서 감행한 그에게는 곧 ‘덕적도 명의’라는 호칭이 붙었다.
그는 바로 지난달 별세한 고 윤대원 학교법인 일송학원 이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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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원/ 율리시즈 /2만원 |
그는 덕적도 파견 이후에도 해외연수에서 3개월 새 체중이 10㎏이 빠질 만큼 연구와 수련에 몰두했고, 1987년에는 국내 최초로 췌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의사로서 도전 중 가장 뿌듯하고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한 순간이다.
이런 헌신의 배경에는 고 윤덕선 일송학원 설립자가 있었다.
윤 이사장은 “아버지는 늘 밤마다 새벽마다 불려 나가서 수술하고 돌아오셨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나였으니 당연히 의사는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중략) 환자가 있는 곳에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 그에 따라 사는 삶이 의사의 숙명이라고 믿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경영자로서 35년간 한림대학교의료원, 한림대학교, 한림성심대학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그리고 6개 복지관을 지휘하며 성장시키는 와중에도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인 화상치료에도 꾸준히 투자하며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을 보건복지부 지정 대학병원 유일의 화상전문병원으로 만드는 등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의료인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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