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 뉴스
문화뉴스 입니다.
  • 북마크 아이콘
최재천 교수 "우리 마음속 꺼지지 않는 촛불 '양심'의 무서움 깨달아야"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1-15 11:20:44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중략)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이라고 했다.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 책 '양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였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가 다시 양심을 얘기하고, 양심 때문에 괴로워하는 개인들이 모여서 사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냈다"고 했다.



최 교수는 740만 구독자를 보유한 '최재천의 아마존'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300개가 넘는 동영상이 게재돼 있다.
최 교수는 영상 한 편을 찍는데 1시간30분~2시간가량 촬영을 한다.
하지만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은 10여분에 불과하다.
최 교수는 300개 동영상 중 양심과 관련된 동영상 7개를 골라 동영상에 다 담기지 않은 내용을 책에 풀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양심이란 단어가 점점 사라져가는 듯 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미국 유학을 가기 전 청년 시절, 그리고 소년으로 대한민국에서 살 때는 양심이라는 단어를 매일 일상 대화에서 듣고 살았다.
어느날 생각해 보니까 우리 일상 대화에서 양심이란 단어가 사라졌다고 느꼈다.
비양심적으로 살아도 크게 비난받지도 않고 심지어 비양심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더 잘 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게 보기 불편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가면 우리 삶은 점점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생각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양심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


최 교수는 지난해 자신이 번역한 네덜란드 태생의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의 저서 '공감의 시대(원제: The Age of Empathy)'에 나온 내용을 언급하며 양심이 포유류라면 모두 지니고 태어나는 본성이라고 했다.
프란스 드 발에 따르면 생쥐 여러 마리를 칸막이로 구분해 가둔 뒤 한 마리에게만 먹이를 줄 경우 그 생쥐도 결국 먹이를 먹지 않게 된다.
옆에 있는 다른 생쥐들이 배가 고파 괴로워하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양심이 우리의 마음속에 꺼지지 않는 촛불이라고도 했다.


"2023년 서울대 하기 졸업식에서 축사를 할 때 양심을 촛불이라고 말했다.
내 마음속에 작은 촛불이 하나 타고 있는데 이 양심이라는 촛불은 불어도 불어도 꺼지지 않는다.
"


그러면서 자신은 태생적으로 비겁한 사람인데 자신의 마음속에 꺼지지 않는 양심이라는 촛불 때문에 호주제 폐지,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 반대 등에 나섰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양심의 여부에 따라 공평과 공정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공평에 양심이 더해져야 공정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공정과 공평을 설명하기 위해 키 차이가 나는 세 사람이 담장 너머 야구 경기를 보는 유명한 그림을 언급했다.


그림에서 세 사람 중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는 사람은 키가 가장 큰 사람뿐이다.
세 사람이 나무상자를 하나씩 딛고 올라서며 키가 중간인 사람도 야구 경기를 볼 수 있게 된다.
세 사람에게 똑같이 나무상자를 하나씩 딛고 올라선 상황이 '공평(Equality)'이다.
다만 이때도 키가 가장 작은 사람은 야구 경기를 보지 못한다.
이에 키가 가장 큰 사람이 자신의 나무상자를 키가 가장 작은 사람에게 양보하고, 키가 가장 작은 사람이 나무상자 두 개를 딛고 올라서면서 세 사람이 모두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는 상황이 '공정(Equity)'을 뜻한다.


최 교수는 공평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야구 경기를 보지 못하는 키가 작은 사람을 보며 느끼는 불편한 마음이 양심이며 비로소 공정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라는 말을 남발하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공정이라기보다는 기껏 잘 봐줘야 공평 정도의 상황인 경우가 많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줄 수는 없으니까 그저 똑같이 주고 우린 할 만큼 다 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은 약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받은 사람이 양보해서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누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 경우 적극적인 양보가 필요한데 그 양보를 탄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키 큰 사람은 자신의 상자를 키 작은 사람에게 양보해도 충분히 경기를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보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공론이 장이 자유롭게 열리기를 바란다.
"


최 교수는 최근 사회적으로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양심의 문제에 비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신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심을 지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철저하게 개인이 기준이 때문이다.
자기 자신만 통제할 수 있으면 양심을 버리고도 충분히 살 수 있다.
내가 세상을 다 속였는데 딱 한 명을 속이지 못한다.
그 한 명이 바로 저 자신이다.
우리 중 상당수는 저 자신을 속이지 못해서 올바른 선택을 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나랏일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양심의 기준에 따라 행동한다면 우리 사회가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아시아경제(www.asiae.co.kr)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뉴스 스크랩을 하면 자유게시판 또는 정치자유게시판에 게시글이 등록됩니다. 스크랩하기 >

0
추천하기 다른의견 0
|
공유버튼
  • 알림 욕설, 상처 줄 수 있는 악플은 삼가주세요.
<html>
�좎럥큔�얜��쇿뜝占�
HTML�좎럥梨룟퐲占�
亦껋꼶梨띰옙怨�돦占쎌슜��
짤방 사진  
△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