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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 보여준 흙수저 복제인간… 다시 돌아온 ‘봉테일’ 블랙코미디

6년 만의 신작 ‘미키17’ 28일 개봉
‘휴먼 프린팅’으로 17번 부활한 미키
백신 개발 위해 과학자들에 이용돼
‘18번째 나’와 싸우며 애인·자신 지켜
비극·유머 속 계급 불평등 꼬집어
‘설국열차’ ‘옥자’ 연상되는 설정 눈길
전작들과 달리 로맨스 내세워 관심


“(에드워드 애슈턴의) 원작소설 ‘미키7’의 ‘휴먼 프린팅’ 개념에서 모든 것이 출발했습니다.
‘휴먼’과 ‘프린팅’이 결합된 것에서부터 이미 비인간적인 상황이 전제됐고 비극과 코미디가 들끓고 있죠.”

15일(현지시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신작 ‘미키17’을 선보인 후 봉준호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봉 감독의 8번째 장편영화이자 ‘기생충’ 이후 6년 만의 신작인 ‘미키17’은 전 세계 최초로 28일 한국에서 정식 개봉한다.
전 세계 영화팬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거장의 신작이 17일 시사회를 통해 국내 언론에 공개됐다.
봉준호 감독이 천착해온 계급불평등, 자본주의 비판 등의 코드가 집약된 신작 ‘미키17’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054년, 인류는 우주를 개척해 미지의 행성을 거주지로 택할 만큼 기술적으로 진보했다.
그러나 우주 진출을 주도하는 세력은 정의롭고 용감무쌍한 모험가가 아닌 탐욕스런 식민주의자 마셜(마크 러팔로)과 일파(토니 콜렛) 부부다.
개척단을 이끄는 정치인 마셜·일파 부부는 탐욕스럽고 잔혹하다 못해 변태적으로 보일 정도로 기괴한 인간군이다.

이들은 최하층 노동자를 쥐어짜 기술 발전 동력으로 사용한다.
우리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바로 그 타깃이다.
실험용 쥐처럼 가장 먼저 홀로 우주선에서 내린 미키는 낯선 행성의 대기 중 바이러스를 들이마시고 피를 토하며 죽는다.
그것도 아주 여러 번 반복해서 죽는다.
죽더라도 ‘휴먼 프린팅’ 기술을 통해 이전 삶의 기억을 보존한 채 되살아나는 소모용 인간(익스펜더블·expendable)이기 때문이다.
미키가 뱉어낸 피에서 샘플을 채취한 개척단 과학자들은 백신 제조에 성공한다.

영화 속 미키는 ‘미키17’으로 불린다.
이미 16번 죽었고, 17번째 생을 살아가는 미키라는 의미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기에 위험한 임무에만 골라서 투입되지만, 보험이나 노조 등 최소한의 보호 장치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주선 대부분 사람이 미키의 고통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사실이다.
죽는 일이 미키의 직업이기에, 그의 고통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임무에 투입돼 치사량을 넘는 방사능에 노출된 미키에게 돌연 우주 잔해가 날아와 그의 손목이 댕강 잘려나가도, 개척단 과학자들은 서커스를 관람하듯 “와우! 저것 좀 봐!” 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탄성을 지른다.

어느 날 미키는 임무 수행 도중 얼음 동굴에 추락해 고립된다.
상부는 이 행성 원주민인 괴생명체 ‘크리퍼’가 미키를 집어삼켜 죽일 거라 예단하고 18번째 미키를 프린트한다.
하지만 왜인지 크리퍼들은 미키17을 순순히 살려 보내고, 하늘 아래 두 명의 미키가 존재하게 된다.
멀티플(복제인간의 공존)을 금지한다는 규칙 탓에 미키17과 18은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양자택일 상황에 놓인다.

인간의 몸을 프린트하는 기계가 있고, 프린트된 두 개체가 동일한 기억과 정신을 공유한다면 둘은 동일한 존재일까, 아니면 분리된 인간일까. 무거운 질문을 핵심 설정으로 하면서도 영화에는 봉준호 특유의 유머가 가득하다.

실제 ‘미키17’은 봉준호가 늘 만들어온 것들의 집대성이다.
그가 오래도록 천착해온 주제인 계급 불평등, 자본주의에 대한 냉소, 생태주의 등 ‘봉준호 코드’가 이 영화에서도 반복된다.
봉 감독 전작 SF ‘설국열차’, ‘옥자’를 연상시키는 설정도 한둘이 아니다.
마셜과 일파 부부는 틸다 스윈턴이 연기한 ‘설국열차’의 총리와 ‘옥자’의 자본가 캐릭터를 명백하게 연상시킨다.
일면 징그럽지만 관습적이지 않은 방면으로 귀염성이 있는 크리퍼 생김새에선 ‘괴물’과 ‘옥자’를 탄생시켰던 장희철 크리처 디자이너의 손길이 느껴진다.

봉 감독 전작과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영화의 로맨스 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기실 봉 감독은 지난달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한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감독 경력 중 처음으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혔는데, 이 말을 농담이나 과장으로 받아들인 관객은 큰코다칠 수 있다.
미키와 나샤(나오미 애키)의 사랑 이야기는 원작소설보다 영화에서 수십 배 함량으로 증폭됐다.
미키가 자기 자신과 크리퍼를 구하려는 여정을 시작하고, 지지하고, 완결하는 건 전적으로 사랑의 힘이다.

‘옥자’에 이어 봉준호와 재회한 다리우스 콘지가 촬영한 화면에는 봉 감독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에서 다룸 직한 모든 요소가 착실하고 빼곡하게 담겨 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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