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부패·폭력·마초주의 4가지로 분류
유토피아·위기 등 단어가 접착제 역할
무솔리니·푸틴 상의 탈의 남성성 과시
트럼프 등 대중들의 감정 자극하기도
권위와 결합해 독재로 변질 과정 주목
극우, 권위주의, 독재/ 루스 벤 기앳/ 박은선 옮김/ 글항아리/ 2만8000원
‘극우, 권위주의, 독재’는 전 세계 독재자와 권위주의적인 정치 지도자의 면면을 분석한 책이다.
등장인물은 베니토 무솔리니 전 이탈리아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최고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집권 2기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17명이다.
미국 뉴욕대학 역사학과 교수로 ‘파시즘과 권위주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저자는 “1920년대 무솔리니부터 오늘날 트럼프까지의 전 세계 독재자나 권위주의 정치가들은 모두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전, 폭력, 유혹, 위기 등 자신만의 ‘각본’을 갖고 있다”며 그 사례를 소개한다.
더불어 극우정치가 어떻게 권위주의와 결합해 사회를 통제하고, 결국 독재로 나아가는지 그 과정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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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권위주의, 독재’는 파시스트 시대의 폭군, 살인적인 독재자, 현대의 ‘폭군 후보’ 들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전, 폭력, 유혹, 위기 등 그들이 지닌 ‘각본’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보여준다. 베니토 무솔리니 전 이탈리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지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글항아리 제공 |
(중략) 독재자들은 처음부터 부정적인 경험과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여느 정치인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그들은 국가적 피해자의 의식이 점철된 망토를 두르고 국민에게 외세에 의해 경험한 굴욕감을 상기시키며 그들이 국가의 구세주임을 선언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느끼는 강력한 분노나 희망, 공포를 알아주는 동시에, 자신을 영토나 다른 인종으로부터의 안전, 남성적 권위를 지키는 것, 내외부의 적이 착취해간 것으로부터의 보상 등 사람들이 가장 원한 것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내세운다.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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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벤 기앳 /박은선 옮김/ 글항아리/ 2만8000원 |
첫째는 ‘선전’이다.
지도자가 언론에 발 빠르게 트윗(사회관계망서비스 글)으로 대항하거나 자기 언론사를 통해 자기 입장을 뿌리는 걸 말한다.
둘째는 ‘부패’다.
사람들을 매수하고 순종적인 공무원을 확보한다.
셋째는 ‘폭력’으로, 협박과 위협에서 신체적 상해와 비판자 제거에 이르는 과정을 말한다.
넷째는 ‘마초주의’다.
지도자가 국가의 구원자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독재자들은 ‘유토피아’, ‘향수’, ‘위기’도 적절하게 활용한다.
“국가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독재자의 약속은 현대 권위주의 통치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삶에 대한 암울한 전망과 장밋빛 미래에 대한 비전이 향수에 결합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소비에트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 연설에서 미국을 온 나라에 낡아빠진 공장들이 묘비처럼 흩어져 있는 황량한 곳으로 묘사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겠다”고 부르짖었다.
독재자들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감정을 과장스레 표현한다.
2019년 2월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2018년 대선 당시 여러 차례 흉기 피습을 당해 그 후유증으로 폐렴에 걸렸다.
그는 환자복을 입고 각종 검사 줄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으로 병상에 누운 채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
이로써 강간을 두고 농담하며 고문을 찬양했던 이 남자의 짠한 모습이 대중에게 보였다.
과거에 리얼리티 TV쇼 스타였던 트럼프 대통령도 대중에게 호소하는 감정을 자극하는 데 능숙하다.
그는 2020년 2월 ‘보수정치 행동회의’에서 여느 대통령들처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대신 국기를 껴안고 마구 키스를 퍼부었다.
지지자들부터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에 이르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또 사랑하고 싶다”는 트럼프의 말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2019년 7월 인종차별적 구호가 울려 퍼졌던 노스캐롤라이나 그린빌 집회에 참석했던 한 남성 지지자는 “그(트럼프)는 열정적이고 감정이 충만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독재자들은 남성성 과시로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기도 한다.
1935년 무솔리니 전 총리는 웃통을 벗고 밀을 타작하는 몸을 과시했고, 2007년 푸틴 대통령은 헴치크강에서 마치 보더빌더처럼 상의 탈의를 하고 낚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독재자들의 이러한 체력 과시는 자신보다 약한 개인들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법보다 위에 있다는 생각을 투영하기 위한 수단이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현대판 권위주의적 정치가여서 민주주의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나치 선전을 리트윗하고, 힐러리 클린턴의 수감을 요구하며, 집회에서 추종자들을 이끌고 충성 맹세를 하는 데서 ‘선배’ 독재자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선전 기술을 총동원해 대중이 그의 이민 조치가 국가의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인식하게 한다.
2017년 2월부터 2019년 8월 사이 열린 64차례 집회에서 그는 이민자라는 말을 500번 이상 언급했다.
그들을 ‘범죄자’(189회 언급), ‘살인자’(32회), ‘포식자’(31회)로 낙인찍었다.
2019년 1월부터 8월 사이, 이민자 ‘침략’의 결과에 대해 경고하는 2199회의 페이스북 광고가 쇄도했다.
이 메시지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트럼프의 반이민 슬로건으로 도배한 백인 민족주의자 패트릭 크루시우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보인다.
2019년 8월2일, 크루시우스는 라틴계 사람들이 자주 찾는 엘패소 월마트에 총기를 난사해 21명을 살해하고 수십 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의 선언문에는 “이것은 히스패닉의 침략에 대한 대응이다”라는 글이 있었다.
”
여느 극우 지도자들과 다름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열거한 저자는 “트럼프의 미국은 파시즘으로 가는 무서운 길 위에 서 있다”고 우려하면서, “모든 독재자가 ‘예외’ 상태를 ‘규칙’으로 만들고, 이것을 상당 기간 정상 상태처럼 유지하지만, 결국에는 자기 자신과 세계가 함께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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