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史 통해 근현대사 보여줘
서울 확장 주역 한남대교 눈길
다리 주변 유적지 등 소개도
서울 한강에 놓인 반포대교와 잠수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2층 교량이다.
그렇지만 두 다리가 동시에 세워진 것은 아니다.
잠수교가 상층부의 반포대교보다 6년 앞서 1976년 개통됐다.
잠수교의 원래 이름은 ‘안보교’였다.
용산 미군의 육상 전력이 유사시 한강대교를 대신해 건너갈 수 있는, 차량이 빠르게 지나갈 수 있도록 낮게 지은 다리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울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해마다 열리는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는 한강변에서 즐기는 대표 행사다.
반포대교의 볼거리인 달빛무지개분수는 2008년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분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됐고, 2014년에는 미국 CNN이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분수로 소개한 바 있다.
![]() |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붕괴 후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설계된 성수대교. 동아시아 제공 |
프랑스 파리 센강은 폭이 100∼200m에 불과하고, 영국 런던의 템스강도 런던브리지 위치를 기준으로 재면 265m 정도다.
강폭 1㎞ 이상, 길이 500㎞의 거대한 강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몹시 드물다.
도시에 흐르는 경우는 도시 한복판이 아닌 외곽을 따라 흐르며, 도시와 외부를 구분짓는 경계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강은, 또 서울은 어떻게 지금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을까. 젊은 세대에게는 지금의 서울이 너무도 자연스럽겠지만, 사실 서울이 지금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강북 도심의 ‘사대문’ 흔적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해방 직후까지만 거슬러 올라가도 서울은 지금의 반절도 안 되는 작은 도시였다.
한강도 서울과 외부를 구분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근대화에 따라 수도 서울의 확장 필요성이 제기됐고, 때맞춰 교량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껏 교통의 장벽처럼 여겨졌던 한강을 넘을 수 있게 됐다.
강남의 개발을 촉진하고 강북과 강남을 아우르는 오늘날의 서울을 만든 주역은 한남대교다.
![]() |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공학 박사가 들려주는 한강 다리의 놀라운 기술과 역사 윤세윤/동아시아/2만원 |
‘제2한강교’ 양화대교와 마찬가지로 전쟁 대비 목적으로 건설된 것이다.
1969년 제3한강교와 경부고속도로 전 구간, 남산1호터널이 개통돼 대한민국에 새로운 교통축이 구축됐다.
제3한강교 남단 쪽으로 젊은 세대가 유입되면서 다리는 당시 청춘들의 방황과 꿈을 나타내는 상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79년 혜은이가 발표한 ‘제3한강교’는 당시 시대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노래로 평가받는다.
88서울올림픽 유치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거치면서 제3한강교는 1984년 ‘한남대교’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 |
순수 국내 기술로 지은 첫 번째 다리 양화대교 야경. 동아시아 제공 |
한강이 ‘한강’이라 불리기 이전 오랜 과거에서부터 한강과 교량들의 역사를 추적한다.
한강 다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교량 건설에 앞서 철도부설권을 놓고 벌어진 일제와 미국 사이의 경쟁, 다리를 짓기 위해 필요했던 철강산업 육성과 철강이 아시아 역사에 미친 영향, 6·25가 다리에 가한 공습, 현대에 이르러선 가슴 아픈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소양강댐 붕괴, 서울 대홍수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한강과 한강 다리를 둘러싸고 일어났다.
이 모든 것이 서울의 역사다.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이 그대로 녹아 있다.
서울미래유산은 서울의 역사를 미래 세대에게 전하고자 가치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발굴, 보전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대상이 되는 것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시민들이 특별한 기억을 품고 있는, 그야말로 서울의 숨은 보석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다.
서울을 관통하며 흐르는 한강 위에도 그렇게 숨은 보석, 교량들이 존재한다.
![]() |
상층부 반포대교와 하층부 잠수교. 동아시아 제공 |
![]() |
반포한강공원의 세빛섬. 가빛, 채빛, 솔빛 3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아시아 제공 |
![]() |
올림픽대교는 풍납토성을 우회하도록 설계되어 개통됐다. 동아시아 제공 |
곳곳에서 한강 공원이나 다리 주변의 유적지 등 나들이하기 좋은 곳을 소개한다.
전공 지식을 바탕에 깔지만,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사진과 그래프, 구조를 설명하는 그림 등을 충분히 넣어 쉽게 썼다.
이제껏 우리가 몰랐던 한강의 이면을 들여다보면서 한강이 이다지도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랄 법하다.
8개 대교를 중심으로 한강과 교량 이야기를 풀어간다.
토목과 교량에 관한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저자의 한강 다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밀도 높은 책이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