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깊이 조명하며 해외에 널리 알릴 기회도 마련할 수 있었다.
" - 강재현 사비나미술관 학예실장
시각·다원예술 분야 육성을 위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간 지원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문예위는 기획 전시와 공연 등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며, 매년 그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예술 본연의 가치를 살리는 실용적인 지원책으로 평가받는다.
시각예술 부문 지원은 사립미술관이나 예술창작촌이 공간 구성안을 마련하면, 문예위가 프로젝트 제작, 공간 운영, 외부 기관과의 교류·협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 총 지원액은 약 19억원으로, 개별 지원 한도는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됐다.
문예위 관계자는 "예술 창작의 외연을 넓히고, 동시대 담론을 형성하며, 국내외 다양한 교류를 통해 비평·연구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다각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원을 받은 사비나미술관은 이러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꼽힌다.
사비나미술관은 ‘호곡장(好哭場) - 눈물의 힘’ 전시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독감과 사회적 고립’ 문제를 탐구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눈물이 지닌 정서적·사회적·심리적 의미를 조명하며, 예술이 위로와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세현 작가의 개인전 ‘빛나고 흐르고 영원한 것’에서는 강렬한 색채를 통해 국내 정치적 분열과 안보 문제 등 사회적 이슈를 표현했다.
이 전시는 예술이 인간의 감정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치밀하게 분석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강 학예실장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월 ‘2024 미술관 업무추진 유공’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강 학예실장은 "상업성을 배제하고 작가의 철학이 온전히 담긴 전시를 기획하고 싶었다"며 "이 작가는 ‘붉은 산수’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상업적 부담을 덜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론가, 아키비스트(기록관리사), 번역가와 함께 자료집을 제작해 이 작가와 작품을 해외에 알릴 기회를 마련했다"며 "그 결과, 5월에는 스위스의 유명 갤러리 피터 킬치만에서 개인전을 열게 됐다"고 덧붙였다.
문예위는 이러한 성과를 확대하고자 지난해 기존 1년 과정 외에 3년 과정을 신설했다.
이는 작품 기획·제작 및 학술 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해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예술계에서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강 학예실장은 "3년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중장기 프로젝트 기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졌다"며 "보통 전시 기획과 준비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다년 지원을 통해 운영의 안정성이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지원을 받은 닻프레스는 기획자, 디자이너, 사진가 등의 북아티스트로 이뤄진 창작 공동체를 구성해, 출판·전시·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2011년 프린스턴 건축 출판사에서 발간한 ‘Publish Your Photography Book’을 독점 계약해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했다.
이 책은 영미권 사진업계에서 10년 넘게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으며, 미국 서부 비영리 사진 단체인 ‘포토얼라이언스’의 작가 20명이 선정한 사진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또한 닻프레스는 해외 작가를 초청해 북토크도 개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사진작가 메리 버지니아 스완슨이 한국을 방문해, 사진이 지닌 힘과 사진집의 가치를 공유하며 40여 명의 독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주상연 닻프레스 대표는 "아티스트북은 해외에서는 역사가 깊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미개척 분야"라며 "올해는 대중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했고, 내년에는 국내 주요 사진작가들의 책을 출간해 보다 깊이 있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문예위는 올해도 작가 및 작품의 글로벌 교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상하이 아트페어 웨스트번드아트 앤 디자인’ 참여 지원에 이어, 올해는 3개사의 해외 순회 전시를 지원한다.
‘2025 투어링 케이-아츠(Touring K-Arts)’ 사업에 선정된 ‘공간 일리’와 ‘일민미술관’은 각각 멕시코·아르헨티나, 일본(오사카·도쿄)에서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예위의 지원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시각예술 부문의 경우, 올해 업체별 평균 지원 단가는 지난해보다 두 배 증가한 2억원이며, 다원예술 부문은 1억원 수준을 유지한다.
올해 지원 대상은 총 32개사로, 시각예술 1년 지원 14개사, 3년 지원 14개사, 다원예술 1년 지원 4개사가 선정됐다.
정병국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앞으로도 공간 지원사업을 통해 시각·다원예술 분야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공간 주체들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데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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