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은 ‘국가표준 도량형 유물(7합5작 가로긴 목제 되)’과 ‘부산 범어사 괘불도 및 괘불함’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국가표준 도량형 유물은 가로가 긴 형태의 목제 되로, 약 1350㎤에 해당하는 부피인 칠합오작(七合五勺)을 기준으로 한다.
도량형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던 국가기관인 평식원에서 1902년 제정한 규칙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1905년 농상공부 평식과가 정한 도량형법을 따랐다.
농상공부는 1895년 농업·상업·공업 등의 행정을 관장하던 기관이다.
국가유산청은 “공인기관의 검정을 받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평(平)’ 자가 남아있다”며 “당시의 도량형 운영 체계와 근대기 도량형 및 생활사의 변천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범어사 괘불도는 가로 610㎝, 세로 1080㎝ 크기의 대형 불화다.
범어사에서 큰 법회가 열릴 때 야외에서 사용됐다고 추정된다.
그림 하단에는 ‘대한광무 9년(1905년)’에 조성됐다는 사실과 제작에 참여한 승려 열여섯 명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괘불도를 보관하는 함인 괘불함은 대웅전 불단 뒤쪽 공간에서 보관돼왔다.
괘불도와 같은 금속 재질의 문양 장식이 있어 같은 시기에 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전통 불화 도상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음영 기법을 활용한 20세기 초의 시대적 특성이 잘 드러나 근대기 불화 연구에 이정표가 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이날 ‘태안 천리포수목원 조성 관련 기록물’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예고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한 민병갈이 작성한 토지매입증서, 업무일지, 식물채집·번식·관리일지, 해외교류서신, 개인서신 등이다.
하나같이 수목원을 조성한 과정과 상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예컨대 식물채집일지에는 채집한 식물의 학명·장소·목적, 식물번식일지에는 파종 현황·식물상태·토양개량법 실험내용, 식물관리기록에는 묘판 식물의 생육내용이 적혀있다.
해외교류서신도 미국 농무부·뉴욕식물원·영국왕립원예협회·국제수목학회 등과 수목원 업무 전반에 대해 주고받은 교류내용이 담겨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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