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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트]도파민 과잉시대, 1인 인터넷 방송 폐해 비춘 '스트리밍'


정장을 차려입고 넥타이를 맨 남자가 책상에 앉아 카메라를 뚫어지게 응시한다.
미제 사건의 범죄 행적을 조목조목 분석하는 모습이 마치 형사 같다.
하지만 그는 수사관이 아니다.
바로 범죄를 실시간 중계하는 스트리머(1인 인터넷 방송인), 우상(강하늘)이다.
구독자 수 1위 범죄 채널을 운영 중인 그는 사건 현장을 추적하고, 이를 생중계하며 후원금을 챙긴다.


우상은 여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실제 사건이 발생한 클럽으로 향하고, 현장에서 범죄를 재현하며 범인에게 점차 다가간다.
그러던 중 함께 방송하던 여성 스트리머가 실종되고, 사건이 벌어졌음을 직감한 그는 즉시 범인 추적에 나서고 그 과정을 여지없이 방송에 담는다.


그는 실종된 여성의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범인으로 의심되는 자의 집에 무단 침입할 때도 카메라를 의식한다.
격렬한 몸싸움 뒤에는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촬영자를 향해 "찍고 있냐"고 묻는다.
긴장감 넘치는 순간에도 방송을 최우선으로 두는 모습이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범인이 숨어있을지 모를 어두운 지하로 내려가서도 그는 구독자들과 소통을 멈추지 않는다.
다소 무리한 시청자의 요청도 흔쾌히 따른다.
자극적인 장면일수록 더 많은 구독자와 후원금(풍선)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살인은 범죄지만, 인터넷 방송 세계에서 이는 그저 ‘돈 되는 콘텐츠’일 뿐이다.



영화 ‘스트리밍’은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의 실태를 스크린에 담았다.
유명인을 비방하고 자극적인 이슈를 부각해 조회수를 올리는 사이버 레커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현실과 맞물려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다만 연출 방식은 다소 아쉽다.
스크린을 인터넷 방송 화면처럼 구성하고, 원테이크 형식으로 생중계의 긴박감을 살렸지만, 이는 영화 ‘서치’(2018) 등에서 이미 차용된 ‘스크린 라이프’ 형식으로 신선함은 덜하다.
성 인지 감수성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성들만 범죄의 타깃이 되고, 범인이 피해자의 원피스를 일부 잘라 전리품으로 삼는 설정은 여성 피해자를 선정적으로 소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우상을 연기한 강하늘은 밀도 있는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간다.
강하늘을 캐스팅하기 위해 군 복무 2년을 기다렸다는 조 감독은 "영화의 핵심은 배우"라며 "배우가 긴 시간 동안 관객의 시선을 붙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강하늘은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하늘은 "요즘 1인 미디어의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나 안타깝다"며 "하지만 좋은 콘텐츠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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