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관 스크린이 거대한 온라인 창으로 바뀌고, 관객들은 객석에 앉아 온라인 세상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이슈 키워드를 검색하고, 영상 중간 광고까지 그대로 나온다.
1인 온라인 방송의 폐해를 다룬 영화 '스트리밍' 이야기다.
배우 강하늘(35)은 범죄 분석 채널을 운영하는 1인 인터넷 방송 진행자(스트리머) '우상'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1위 채널만 수수료 없이 후원금을 독차지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의 경쟁 구도는 현실을 그대로 닮았다.
우상은 1위를 지키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좇으며 실시간 방송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든다.
이는 일부 BJ나 유튜브 스트리머들이 선을 넘는 방송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현실과 맞닿아 씁쓸함을 자아낸다.
영화는 '옷자락 연쇄살인 사건'을 주요 테마로 삼는다.
여성을 살해한 뒤 옷자락을 잘라가는 사건이 이어지자, 우상은 이를 추적하는 방송을 시작한다.
그는 허세와 자기애가 강하다.
정의로운 척하지만, 문득 폭력적인 얼굴이 드러난다.
강하늘은 "우상에게 공감할 수 없었다"며 "내 말과 행동 한 번에 큰돈이 통장에 꽂힌다면 어떨까,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영화관을 나서며 사회 문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본다면, 영화가 할 역할은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하늘은 스트리머를 연기하며 스트리밍 세계를 마주했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그는 우상이 '정의로운 인물'로 그려져선 안 된다고 보고, 조장호 감독에게 의견을 전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우상이 누군가를 구하러 간다'고 느끼도록 하는 게 감독의 의도였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봤어요. 우상은 '나 이렇게 괜찮은 행동을 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어, 어때?'라고 과시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죠."
처음 대본에서 우상은 평범한 옷차림과 이마를 덮는 헤어스타일로 설정돼 있었다.
강하늘은 "초기 설정은 다소 밋밋했다.
허세 가득하고 외형에 신경 쓰는 인물로 보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과한 쓰리피스 정장, 정장 사이로 드러나는 문신, 귀걸이 등을 아이디어로 냈다"고 설명했다.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적절한 캐릭터 분석이었다.

스트리밍은 사실상 강하늘의 1인극에 가깝다.
연극배우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데뷔한 그는 마치 연극처럼 전개되는 이 영화의 형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대본에 온통 우상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마치 연극처럼 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더라고요. 대사를 어떻게 맛있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게 재미있었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혼자 연기하는 것도 신났어요."
실제 스트리밍 방송을 해볼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강하늘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배우 강하늘은 연기를 하니까 대중 앞에 서지만, 김하늘(본명)은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이어 "만약 유튜브를 한다면 여행 콘텐츠를 하고 싶어요. 다만 제 얼굴이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부담스러워요. 자연 풍경과 소리만 담은 영상이 요즘 인기가 많던데, 그런 콘텐츠라면 도전해보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1990년생인 강하늘은 평소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세계도 어렵다고 했다.
"SNS에 얼굴을 올리는 건 상상만 해도...(웃음) 저한테는 쉽지 않은 일이에요.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 스트레스로 다가오죠. 인생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은 피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강하늘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운 미담이 알려지며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저는 그냥 인생을 재밌고 즐겁게 사는 사람이지, 착하게 사는 사람은 아니에요. 남한테 피해 주지 않고 배려하는 건 당연한 거죠. 누가 저한테 '평소에 욕도 하냐'고 묻던데, 당연히 화가 나면 욕도 해요. 특히 배달 기사님이나 타인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보면 더 그렇죠. 다만, 일할 땐 강하늘로 있다가도, 평소엔 김하늘로 돌아가 자극 없이 평범하게 사는 게 좋아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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