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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갑상선암 생존율 100.1%…"비환자보다 오래 살았다"

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BC 3000년경 고대 이집트 문서에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암은 근래까지 시한부 선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의술이 발전하면서 생존율이 높아졌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과거보다 옅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두려움 대상인 건 분명한 사실. 저자는 3년에 걸쳐 전국의 암 전문의 50명을 인터뷰했다.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간암, 췌담도암(췌장암, 담도암), 부인암, 갑상선암, 혈액암(백혈병, 악성림프종) 등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10대 암의 발생 원리와 진단법, 치료법을 소개한다.



내가 만난 현장의 의사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 폐암센터장(현 병원장)은 “폐암과의 전쟁은 거의 전면전 양상이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의료진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춤이라도 추고 싶다.
오늘날 의학계는 폐암을 극복하기 위한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던 폐암이 이제는 새로운 치료제의 발견으로 생존율을 높이고, 심지어 4기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질환이 되었다.
<25쪽>

폐암 2기는 예를 들어 암세포, 즉 ‘적군이 서울대병원에 모여 있는데, 병원 담 밖의 ‘혜화동 로타리’에서 검문해보니 거기에도 적군이 일부 발견된 상황’을 말한다.
즉 폐 안쪽에 있는 림프절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 2기다.
그리고 기관지 근처에 있는 종격동이라는 공간의 림프절에서도 암세포가 보이면 3A기에 해당한다.
서울대병원에서 출발한 암세포가 밖으로 나가 혜화동 로터리를 지나, 더 멀리 떨어진 서울역 근처까지 진출해간 거라고 볼 수 있다.
<31쪽>

당시에는 신약 임상시험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좋지 않기도 했다.
이기형 교수가 서울대병원에서 종양내과 의사로서 훈련받고 충북대병원으로 온 게 1996년이다.
임상시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찾았다.
폐암 환자에게 참여해보라고 권했다가 혼난 적도 있다.
그 환자는 “사람 가지고 동물 실험하겠다는 거냐. 이래서 대학병원에는 오면 안 된다”라고 버럭 화를 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니 급격하게 분위기가 바뀌었다.
환자들 인식이 달라졌다.
요즘은 임상시험이 많은 병원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환자들도 있다.
<60쪽>

한국인 암 발생 실태를 알린 최초의 보고서는 일제 강점기인 1929년에 나왔다.
당시 세브란스병원 외과 의사인 알프레드 어빙 러들로가 ‘중국의학 학술지’에 논문을 보고했고, 이를 통해 우리는 100년 전 한국인이 앓았던 암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러들로는 논문에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은 암 환자 중 1위는 위암이라며, 환자 수가 2위(자궁암), 3위(음경암)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한다.
1934년 11월 6일 자 〈동아일보〉에 “암이란 병은 무슨 병인가”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걸 보면 당시 위암이 가장 흔한 암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12쪽>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쓴 생화학무기인 질소 겨자 가스가 항암제의 출발점이다.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많이 죽었는데, 병사들을 부검해보니 골수와 림프절이 다 말라 있었다.
피부도 물집이 생기고 벗겨졌다.
피부와 골수, 림프절이 말라 있는 것을 보고, 화학약품인 질소 겨자 가스는 세포 분열이 빠른 것을 타깃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생화학무기를 약으로 활용하면 빠르게 자라는 암세포가 죽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렇게 해서 개발된 것이 항암제다.
<133~134쪽>

알부민 주사라는 게 있다.
몸이 피로로 지치면 나의 할머니, 어머니는 병원에 가서 알부민 주사를 맞았다.
그게 떠올라서 유 교수에게 물었더니 “알부민 주사를 무작정 맞으면 안 된다”라고 했다.
간 기능이 떨어져 있다면 그 원인을 알아서 개선하려고 해야지, 알부민이 부족하니 채워준다는 식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시중 신문에 요즘도 알부민 광고가 대문짝만 하게 나온다.
‘기력이 쇠하십니까? 늘 피곤합니까? 알부민 부족 아닐까요?’라는 전면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의사의 말과 제약업체 마케팅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
<220쪽>

실제 갑상선암 치명률은 높지 않다.
사망자는 2002년 326명이고, 2020년 365명으로 300명대이며, 사망률이 높은 10개 암 리스트에 들어가지 않는다.
또한 5년 상대 생존율(2018~2022)은 100.1%다.
생존율이 100%가 넘는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아 놀라웠다.
자료를 찾아보니 100%가 넘는다는 건,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갑상선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 인구보다 더 오래 산다는 뜻이다.
암에 걸렸다는 걸 알고 난 후에 환자가 자기 몸을 더 잘 돌본 결과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으면 더 오래 산다는 것은 역설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332쪽>

암, 의사에게 자세히 묻다 | 최준석 지음 | 세종서적 | 400쪽 | 2만1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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