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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광기에 빠지는 세계…판단을 미루는 힘이 필요하다

'왜 세계는 점점 광기에 빠지는 걸까?'


영국이 낳은 천재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평생 고민한 질문이다.
그는 19세기 후반에 태어나 일생 자유와 민주주의를 탐구했다.
훌륭한 민주주의 제도가 왜 혼란을 겪는지, 자유는 어떻게 지켜지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며, 러셀은 광기로 치닫는 인간 사회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깊이 고뇌했다.


러셀은 이러한 고민을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라는 책에 담았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가 광기에 빠지는 이유로 '교조주의적 극단주의'를 지목했다.
교조주의란 특정 사상이나 종교, 이론을 맹신하는 태도다.
이런 태도는 자신의 신념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게 만들고, 결국 반대편을 배척하고 제거하려는 극단주의로 이어진다.


러셀은 교조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결국 파멸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그는 "좌파건 우파건, 그 어느 쪽에서도 교조주의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개인의 자유나 학문의 자유, 상호 관용의 가치를 굳게 믿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를 몰살시킬 무기와 신기술이 넘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교조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러셀은 십자군과 무슬림, 개신교와 교황파, 공산주의자와 파시스트 등이 교조주의로 인해 시간을 허비하고 피를 흘렸다고 비판한다.
'우리는 진리, 상대는 이단'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광신 집단으로 대립하며 평화를 잃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세상도 러셀의 경고를 비껴가지 못한다.
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믿는 '탈진실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정보만 추천하며, 우리를 더욱 쉽게 탈진실의 오류에 빠뜨린다.
그 결과, 사회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이뤄진 결정마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불사하거나 상대를 해치려 드는 모습도 드물지 않다.


다행히도 러셀은 교조주의를 벗어날 방법도 함께 제시한다.
바로 '판단을 유보하는 힘'이다.
증거나 확실한 근거가 없을 때는 섣불리 확신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대화할 때 "이것을 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나는 이것과 비슷한 것을 어느 정도 안다"고 말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러셀은 철학을 조금만 공부해도 이런 태도를 익힐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태도는 상대를 포용하게 만든다.
실제로 러셀이 오늘날 세계에 가장 필요하다고 말한 자질 역시 '자비와 관용'이다.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시대에 우리 사회가 극단주의로 공멸하지 않으려면, 러셀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는 타인의 불행 위에 평화를 쌓을 수 없다.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ㅣ버트런드 러셀 지음ㅣ장석봉 옮김ㅣ21세기북ㅣ292쪽ㅣ1만9800원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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