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라현 산촌, 70년 된 한 고택에는 사설 도서관 ‘루차 리브로(LUCHA LIBRO)’가 있다.
이곳을 지키는 사서 아오키 미아코는 문학을 전공하고 대학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업무와 인간관계 스트레스, 동일본대지진의 충격, 도시생활의 어려움 등으로 정신질환을 얻었다.
자살을 기도해 3개월 넘게 병원 신세를 졌던 저자는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언젠가 나만의 도서관을 열겠다’는 오랜 꿈을 실천으로 옮겼다.
자신의 집을 개방해 루차 리브로를 열고 개인 장서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저자의 초대에 많은 이들이 화답했다.
휴일에는 버스조차 닿지 않는 산골마을의 작은 도서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루차 리브로의 책들은 새 책이 아닌 저자가 읽은 책, 심지어 밑줄이 잔뜩 그어져 있고 곳곳에 포스트잇이 붙어 읽은 흔적이 가득한 책들이다.
책을 대출해간 이용자도 포스트잇을 덧붙이기 일쑤다.
책이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일반 도서관과는 확연히 다르다.
여러 사람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책을 함께 읽는다는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공공’의 감각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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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키 미아코 / 이지수 옮김 / 어크로스 / 1만6800원 |
보르헤스는 도서관(책)이라는 완전함에 대비해 사서(인간)의 불완전함과 유한성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말이지만, 저자는 이 문자 그대로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기 위해 이러한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취약함이란 일방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는 대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신질환을 앓는 저자는 복용하는 약 탓에 개관 시간이 임박해 눈을 뜰 때도 있고, 도서관을 청소할 때도 혼자 감당할 수 없게 되는 때가 있다.
이럴 때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도우려는 사람이 찾아온다.
저자는 이들에게 도움을 받고, 장서를 개방하고 책을 추천하며 함께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화답한다.
인간은 누구든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고, 한편으로는 누구든 도움을 줄 수 있다.
책이라는 매개로 모인 사람들은 서로 도우며 어느새 공동체를 이룬다.
책은 저자가 도서관을 열기부터 책이라는 창문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경험을 따뜻한 필치로 담아낸 에세이다.
오랜 시간 책의 세계에서 살아온 사서답게, 고전과 역사서, SF소설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인용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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