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은 '김해 봉황동 유적' 발굴조사에서 변한 최고 세력을 상징하는 최고급 의례용 옻칠 제기(굽다리 접시) 열다섯 점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함안 모곡터널에서 개관하는 영남권역 예담고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예담고는 '옛것에 현재를 담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발굴유물 역사문화 공간이다.
국가유산청이 발굴조사를 마치고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보관·관리·활용하기 위해 2021년부터 폐터널, 폐기숙사 등 유휴시설에 조성한다.

최상위 위계 무덤의 부장품으로 알려진 옻칠 제기는 대규모 취락의 존재를 추정케 하는 구상유구(溝狀遺構·배수로 혹은 도랑 등으로 사용되었던 유구) 근방의 유기물층(깊이 약 0.7m)에서 발굴됐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목 부분이다.
지름이 1㎝로, 기존 출토품의 3~4㎝보다 가늘고 정교하다.
바닥 부분에는 녹로(물레)를 고정한 흔적이 있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관계자는 "그릇을 만들 때 돌려가며 작업하는 '회전 깎기' 기술이 변한 시기부터 존재했음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유기물층에서는 옻칠 제기 외에도 칼집형 칠기, 원통형 그릇, 뚜껑, 새 모양 목제품, 주걱, 그릇, 잔, 직기용 부속구, 자귀(목재를 가공하는 연장) 자루 등이 출토됐다.
점을 치는 용도로 쓰인 점뼈(卜骨)와 소형 토제품 등도 확인됐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관계자는 "김해 봉황동 유적이 이미 1세기부터 독자적인 대규모 생활유적을 형성했으며, 변한의 수장급 거처에서 점차 성장해 금관가야의 중심지인 왕궁지로 자리매김했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남권역 예담고는 이날 변한 유물 공개와 더불어 다양한 전시를 개최한다.
'함안 가야리 유적'·'함안 말이산 고분군'·'함안 우거리 유적'에서 출토한 아라가야 유물 100여 점을 소개하고, '트라울 : 과거와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들' 상설전을 열어 유물을 발견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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