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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계 비대협 "국립원장 독점 지적한 문체부 의도 의심스러워"

"국악원장 자리를 특정 학교가 30년간 독점했다는 지적은 사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오히려 국악원장 임명·제청의 주체로서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가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국립국악원 원장 임명과 관련해 문체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립국악원은 지난해 6월 김영운 전 원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 뒤 10개월째 원장이 공석 상태다.
과거 2~3개월 정도 공백 상태가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장기 공백은 국악원 설립 이후 처음이다.
김 전 원장 임기 만료를 앞둔 지난해 5월 차기 원장 공모 절차가 진행됐고 국악계 인사 두 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문체부는 적격자가 없다며 후보 제청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재공모 절차가 진행되면서 문체부 실장급 고위직 공무원이 응모한 사실이 확인됐고 이에 국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악계는 내정설을 의심하며 해당 공무원은 전통예술 전문가가 아니며 따라서 국악원장을 맡기에 적절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최근 유인촌 장관은 국악 전문가만 국악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는 시대에 맞지 않고, 특히 서울대 국악과가 지난 30년간 국악원장 자리를 독점했다고 지적했다.
비대협은 서울대 국악과 독점 지적에 대해 타 대학 출신이 원장직 공모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운 전 원장은 간담회에서 "서울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과가 생겨 첫 신입생을 받아들인 해가 1959년"이라며 "다음으로 두 번째 국악과가 한양대인데 1972년이었고, 세 번째 이화여대가 국악과가 생긴 때가 1974년"이라고 설명했다.
즉 서울대 국악과가 생기고 시차를 두고 타 대학 국악과가 생겼기 때문에 한동안 서울대 작곡가 출신들이 국악원장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비대협은 시차와 통상 국악원장을 50대 후반과 60대가 맡았던 선례를 감안했을 때 서울대와 타 대학 간 경쟁이 가능했던 시기는 2015년 이후라고 주장했다.
비대협이 주장한 2015년 이후에도 국악원장 세 명이 모두 서울대 국악과 출신이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원장은 "타 대학 출신들도 원장직 공모에 응모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엄격한 인사 검증 과정에서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서울대 국악과 출신의 독점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차기 국악원장 후보라 할 수 있는 부산, 남원, 진도에 있는 세 개 국립국악원 지방 분원의 원장 중 서울대 국악과 출신은 1명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또 국악계에서 국악 전공자만이 국악원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 인사혁신처의 공모 요건에 박사 학위 소지자는 관련 분야 경력 7년 이상, 석사 소지자는 경력 10년 이상 등등 여러 가지 자격 요건을 제시했고 그 자격 요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응모를 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모 요건도 국악계에서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체부가 국악원장 인사 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전 원장은 반박했다.
김 전 원장은 "인사혁신처의 국악원장 임명과 관련한 공고 절차에 따르면 소속 장관이 추천한 후 최종 임명 전까지 임용 절차는 해당 기관(인사혁신처)에서 직접 진행한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혁신처에 인사 검증을 요구하는 후보 추천을 문체부 장관이 한다는 것이다.


비대협은 최근 국립국악원과 관련한 문체부의 일련의 조치를 관치행정이라 규정했다.
그러면서 행정직 공무원의 국립국악원장 임명과 국립국악원의 조직 개편 등에 대한 문체부의 일방적인 계획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원장 선임을 위한 재공모 실시 ▲충분한 국악계 의견 수렴 ▲문체부 책임자의 편향된 인식에 근거한 사실 왜곡으로 국악계의 분열을 획책하는 악의적인 '갈라치기' 행태 중단을 3대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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