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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과 베어 문 ‘백설공주’… 기대 이하 흥행 성적표 왜

기대 이하 흥행 성적표 ‘백설공주’ 왜
기존 원작 생명력 계승하려는 욕망
시대·문화적 당위성·의무감과 충돌
과감한 각색 대신 어정쩡한 혼합만
라틴계 공주의 외모 논란은 부차적
권력 맞서는 의적단 설정도 겉돌아
CG로 그린 광부, 실사화 아쉬움만


짬짜면은 기발한 메뉴다.
반으로 나뉜 그릇에 담긴 기름진 짜장면과 얼큰한 짬뽕을 한 입씩 번갈아 먹는 건 대단히 만족스러운 일이다.
만일 짜장과 짬뽕의 물리적 결합을 시도한다면? 도저히 먹기 힘든 음식이 탄생할 개연성이 크다.
춘장과 돼지고기, 양파를 달달 볶던 웍에 고춧가루며 해물, 육수를 넣고 끓인다면 결국 그릇에 담기는 건 이도 저도 아닌 괴상한 음식일 테니 말이다.

1937년작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실사화한 마크 웹 감독의 영화로 지난 19일 개봉한 ‘백설공주’가 그렇다.
디즈니가 보유한 핵심 지식재산권(IP)의 생명력을 계승하려는 욕망과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를 업데이트하겠다는 당위. 이 상반된 요구 사이에서 제작진은 과감한 각색 대신 어정쩡한 혼합을 택했다.
상반된 톤의 이야기가 어색하게 공존하는 탓에 영화의 전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피부색 논쟁은 부차적

이번 실사화는 콜롬비아 출신 모친을 둔 라틴계 미국인 레이첼 지글러가 공주 역에 캐스팅된 사실이 알려지며 수년 전부터 논란을 양산했다.
지글러의 어두운 피부가 ‘눈처럼 흰’ 백설공주 역에 맞지 않는다거나, 마녀가 “거울아 거울아”를 외칠 때 세상 제일 가는 미인으로 불리는 공주 역을 맡기에 그가 충분히 예쁘지 않다는 등의 비아냥이 작품 전망에 대한 담론을 장악했다.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디즈니 실사영화 ‘인어공주’(2023)에서 주인공을 맡으며 촉발한 ‘피시(PC·정치적 올바름) 논쟁’의 닮은꼴이었다.
1937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재해석된 실사영화 ‘백설공주’. 백설공주 역은 라틴계 미국인 배우 레이첼 지글러가 맡았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뚜껑을 열고 보니 공주의 외모를 둘러싼 논쟁은 부차적 문제에 불과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백설공주의 아버지인 국왕은 백성들의 사과 수확에 함께하며 “이 땅의 모든 풍요는 그것을 돌본 이들에게 속한다”고 노래한다.
봉건 왕국의 왕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회주의 유토피아적인 의제다.
그는 딸에게도 ‘자유롭고 공정한 왕국’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온화한 어머니와 너그러운 아버지를 차례로 잃고 백설공주는 새어머니인 사악한 여왕(갤 가돗)의 명령으로 성안에 갇혀 허드렛일만 하며 성장한다.
강력한 어둠의 힘으로 왕국을 장악한 여왕의 위협에 공주는 마법의 숲으로 도망친다.
여기서부터 작품의 톤은 갈팡질팡한다.

사실적 구현에 집중한 음울한 왕국의 풍경은 컴퓨터 그래픽(CG)으로 구현한 밝고 화려한 마법의 숲이 자아내는 특유의 동화성과 완벽하게 따로 논다.
양쪽의 미학은 화해하지 못하고, 서로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실사화의 함정 되풀이

숲으로 간 공주는 두 집단과 동료가 된다.
하나는 안락한 오두막이라는 은거지를 제공하는 일곱 광부이다.
이들은 난쟁이처럼 작지만, 원작과 달리 ‘난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인간이 아닌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실제 배우가 역할을 맡는 대신 모션 캡처를 통해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만든 디지털 아바타들이 광부를 연기한다.

다른 한 집단은 왕국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며 공포정치로 통치하는 여왕에 맞서는 의적단이다.
공주는 이들의 수장인 조나단(앤드루 버냅)과 사랑에 빠진다.
왕자가 영웅 노릇을 하던 원작과 달리, 숲에서 봉기를 주모하는 평범한 인간이 남자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여왕의 간계에 빠져 독사과를 베어 문 공주를 입맞춤으로 구해내는 것도 그의 일이다.
고전적인 원작의 줄거리를 준용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의제를 선포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이러한 등장인물들은 서로 다른 영화 속에 존재하는 이들처럼 보인다.
선량한 동화 세상에 사는 제글러의 공주 연기는 가돗의 과장된 악당 연기와 전혀 조응하지 않는다.
석궁을 든 의적단은 ‘로빈 후드’ 영화에나 어울릴 것 같고, CG로 빚어낸 광부들은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로 보여 인간 배우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왜소증을 가진 의적단 일원이 광부들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너무나 괴상야릇해서, 제작진이 관객의 비판을 예견하고 미리 방어태세를 취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 언론·평단 신선도는 44%(25일 기준)에 머물렀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시네마스코어의 조사에서도 평이한 등급인 ‘B+’를 받았다.
2억7000만달러(약 396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과 비교하면 초반 흥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1일 북미 개봉 이후 첫 주말 8730만달러(약 1280억원)의 티켓 수입을 올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1억달러 이상의 오프닝을 기록했던 ‘인어공주’에 견줘 아쉬운 기록이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인어공주’ 역시 2023년 전 세계적으로 5억6900만달러(약 8351억원)의 수입을 올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만약 ‘덤보’(2019)처럼 전 세계적으로 3억5300만달러(약 5180억원) 정도의 저조한 성적을 낸다면, 많은 가족이 디즈니 실사화에 지쳤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디즈니의 실사영화 한 편이 추가로 출격 대기 중이다.
외로운 하와이 소녀 ‘릴로’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스티치’의 모험을 담아낸 ‘릴로&스티치’가 5월 개봉한다.
2002년 개봉한 동명 애니메이션을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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