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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우주와 현대 천문학의 여정

천문학적 시각서 우주 신비 접근
지구와 천체와의 거리 측정 통해
위치·시간의 가치 탐구 과정 설명
“태양과 적당한 거리로 바다 존재”
흥미진진한 우주 이야기와 함께
80여장의 우주 신비 담긴 사진도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지웅배/ 더숲/ 2만8000원

스스로 ‘지구로부터 우주의 거리를 재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천문학자인 지웅배 세종대 교수가 재미있고 독창적으로 풀어낸 과학책이다.
제1장 ‘사실 달은 가깝지 않다’를 비롯해 모두 8장으로 구성된 책은 천문학자들이 천체와의 거리 측정을 통해 우리가 사는 지구의 위치와 우리의 시간이 우주적 시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천문학은 지구로부터 머나먼 우주의 거리를 재기를 반복한 여정이었다.
우리와 친숙한 달까지 거리를 재는 시도는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달 자체를 거대한 반사판으로 활용해 지구에서 달까지 빛을 쏘고, 달에 닿은 빛이 다시 반사되어 지구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는 것. 미국과 소련, 영국은 수년간 ‘달까지 거리 재기’ 경쟁을 벌였다.
결국 1969년 미국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설치한 레이저 반사경 덕분에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 거리를 38만4400㎞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됐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은 천문학자들이 탐구한 거리 재기의 결과로 알게 된 우주 공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은 우주의 장관이라 할 수 있는 금성의 태양면 통과 관측 장면. 더숲 제공
지구에 물로 채워진 바다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딱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소개된다.
만약 지구의 공전 궤도가 지금보다 더 작았다면 지구에는 과도한 태양 빛이 비치면서 바다가 모두 메말랐을 것이다.
반대로 지구의 공전 궤도가 더 컸다면 충분한 태양 빛을 받지 못해 지구는 차갑게 얼어버렸다.

책을 펼치다 보면, 옛날 현대인보다 더 바빴던 공룡의 이야기, ‘일곱 자매 성단’과 우주여행사의 일화 등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눈길을 끈다.
지웅배/ 더숲/ 2만8000원
“45억년 전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자전했다.
당시의 하루는 겨우 여섯 시간뿐이었다! 이후로 지구의 자전 속도는 꾸준히 느려졌고, 하루의 길이도 길어졌다.
100년마다 평균 약 2㎳(밀리초·1㎳는 1000분의 1초), 대략 10만년마다 하루가 1초씩 길어지고 있다.
일이 많이 밀려서 하루가 너무 짧다고 불평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제 행복해 해도 좋다.
하루가 조금만 더 길어졌으면 좋겠다는 현대인의 바람은 아주 천천히 이루어지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바쁜 하루는 공룡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약 1억년 전 지구에 살던 공룡들은 지금보다 무려 한 시간이나 짧은 23시간의 하루를 보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아무리 바쁘다 한들 23시간밖에 안 되는 하루를 살아야 했을 공룡보다 바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39쪽)

플레이아데스성단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밤하늘에서 밝은 성단 중 하나인 플레이아데스성단은 ‘일곱 자매 성단’으로도 불린다.
이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포스를 이끄는 제우스가 아틀라스의 일곱 딸을 보호하기 위해 하늘로 보내 성단에서 빛나는 별 7개가 됐다는 전설 때문에 붙었다.
밤하늘에서 별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모인 모습을 맨눈으로도 쉽게 관측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명소다.
그래서 고대 로마에서는 군인을 징집할 때 이 성단을 시력 검사에 활용하기도 했는데, 성단 속에서 별이 몇 개까지 보이는지 물어 지원자의 시력을 판단했다고 전해진다.
다른 별들에 비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놓여 있어서 더 먼 우주까지의 지도를 그리기 전에 우주 지도의 축척을 바로잡는 용도로 쓰기 좋다.
그래서 상당수 망원경은 본격적으로 관측하기에 앞서 플레이아데스성단을 겨냥한다.
플레이아데스성단까지의 거리를 얼마나 정확하게 잴 수 있는지를 통해 새로 만들어진 망원경의 성능을 점검했다.

달에 가족사진을 걸어두고 온 우주인 이야기는 낭만적이다.
우주인 찰스 듀크는 1972년 아폴로 16호 미션을 통해 달에 착륙했다.
달 표면 위의 다양한 과학 실험 임무를 마친 듀크는 지구로 귀환하기 전, 달 표면에 특별한 기념을 한 가지 더 남겼다.
지퍼백으로 포장한 가족의 사진이다.
자신과 아내 그리고 어린 두 아들이 함께 있는 사진이다.
그는 언젠가 달에 방문할지도 모를 외계인이 자신이 남겨둔 사진을 발견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사진 뒷면에 ‘지구에서 온 우주 비행사 듀크의 가족, 1972년 4월20일 착륙함’이라는 메모를 남겼다.
듀크는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가족사진을 걸어두고 온 여행자인 셈이다.

흥미진진한 우주 이야기와 더불어 공개한 80여장의 우주 신비를 담은 사진은 독자에게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우주의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인류가 살아온 시간은 한순간에 불과하다.
우리가 비록 우주의 끝까지 갈 수는 없지만, 과학과 탐구를 통해 그 신비를 조금씩 밝혀 나가는 과정 자체가 천문학의 큰 매력이다.
” 저자의 말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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