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민관합동으로 세운 법조공화국이다.
대중의 일상적 삶에서 법조를 우대하고 동경하는 게 세계 최고 수준이며, 고소·고발과 ‘정치의 사법화’가 왕성하게 일어나 이 또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나라가 아닌가.”(21쪽)
저자인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의 원인으로 법조를 지목한다.
국민이 막연히 가진 법에 대한 공포 때문에 법을 다룰 수 있는 면허는 권력과 부를 동시에 쟁취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고 강조한다.
법이 정의보다는 출세와 특권의 수단으로서 그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사법시험은 오랫동안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속성코스였고, 사법연수원은 법조인의 특권의식을 키워주는 ‘부족주의 양성소’였다고 비판한다.
법조인 출신은 한국 정치판도 장악했다.
법조 출신 정치인은 낙선해도 언제든지 변호사로 돌아가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이 ‘변호사 모델’이 자리를 잡으면서 잘나가는 정치인 중에 법조인 출신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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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인물과사상사/ 1만6000원 |
사법고시 합격자를 대하는 국민의 자세와 태도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법조의 특권을 비판하면서도 “내 가족 중에 법조인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법조공화국을 키웠다.
법조공화국의 가장 큰 특권 중 하나는 ‘전관예우’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법 앞의 평등’을 무너뜨리고 ‘사법 불신’을 키웠다.
저자는 ‘고위공직에 최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후불제 유인책’이 전관예우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과로에 시달리는 열악한 근무조건의 판·검사에게 퇴직 이후에 보상하는 암묵적 약속이 사회 엘리트층에서 자리를 잡게 됐다는 것이다.
전관예우를 맹비난하는 국회의원들마저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전관 변호사를 찾는다.
저자는 특정 개인의 책임이 아닌 전관예우의 관행을 없애려면 국민이 강한 문제의식과 함께 인내와 끈기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