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 상태를 얼굴로 표현한다.
이목구비의 작은 움직임으로 수만 가지 표정을 얼굴에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며 자신의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동시에 상대방이 보여주는 이런 작은 표정을 즉각적으로 읽기도 한다.
얼굴은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활용되는 정교하고 민감한 의사소통 도구인 셈이다.
인간에게 얼굴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겠지만, 사실 이는 진화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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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김준홍 감수/ 을유문화사/ 2만8000원 |
진원류에서 대형유인원으로, 호미닌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되는 굵직한 과정에서 주둥이 퇴화와 턱의 진화, 눈 홍채 축소, 얼굴 표정과 초기의 언어능력을 조정하는 신경 연결 등이 나타난다.
저자는 5억년의 역사를 시기별로 나눠 현재의 얼굴로 변화하는 모습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생물학과 고고학, 해부학까지 접목한다.
인간 배아 초기, 출생 이후 등 얼굴 발달의 특징과 얼굴을 결정하는 유전자 조합뿐 아니라 표정을 만드는 근육까지 세세히 분석해 설명한다.
얼굴의 진화는 두뇌의 진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두 기관은 표정을 만들고, 타인의 얼굴을 인식하고, 표정을 읽는 능력까지 밀접하게 연관됐다.
이런 얼굴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사회성은 인간의 본질이 된다.
책은 진화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미래 얼굴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도 시도한다.
결론은 균질화다.
유전자 치료나 성형수술로 매력을 높이려는 시도에 세계화까지 더해지며 인간의 얼굴은 더욱 유사하게 변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책은 진화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표, 지도 등을 적극 활용하며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인간의 얼굴을 탐구한다.
이 중 주석만 80쪽이 넘는다.
2018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도 ‘인간의 얼굴’에 관한 최고의 과학서로 손꼽히는 이유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