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심란 등 부정적 감정에 당황
존재 않는 과장된 불안 상태 빠져
뉴스피드·SNS 우리 경계심 극대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경험
정신·신체적 건강에 매우 중요해”
가짜 불안/ 닉 트렌턴 / 박선영 옮김/ 갤리온/ 1만8000원
걱정 많은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아무 일도 없는데 ‘혹시?’라는 의문이 마음속에 끊이지 않는다.
끝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리다가 끝내 결정하지 못하고 행동을 미룬다.
그러다 안절부절못함, 걱정, 심란, 짜증, 불쾌함에 복합적인 부정적 감정에 당황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 같은 불안은 뚜렷한 실체가 없으며, 실제로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를 두고 ‘가짜 불안’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말한다.
‘가짜 불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불안 상태를 말한다.
불안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과도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인데, 문제는 실제 현실이 아니라 불안해하는 이들의 머릿속에만 있다.
‘가짜 불안’은 미국의 작가이자 ‘사람관찰 전문가’로 불리는 저자가 막연한 불안에 압도돼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폭주하는 걱정을 멈추는 방법에 대해 살피고 있다.
심리학과 뇌과학에 기반한 검증된 전략과 구체적이고 확실한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
그가 2021년 발표한 ‘생각 중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다양한 심리적 문제 해결 전문가로 이름을 얻은 터라 책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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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트렌턴 / 박선영 옮김/ 갤리온/ 1만8000원 |
하지만 불안에 매달릴수록 더 많은 걱정이 수반되며, 더 많은 걱정은 새로운 불안을 만들어낸다.
정도가 심해 불안장애나 우울증으로 결국 병원을 찾는 일도 생겨난다.
저자는 ‘가짜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뇌의 잘못된 경고에 속지 말라”고 당부한다.
인간의 뇌는 잠재적인 위협이 감지되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고민하며 모든 관심을 쏟는다.
불안은 우리를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진화한 본능적인 감정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뇌는 과거와 다르게 작동한다.
자극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끝없는 뉴스피드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우리의 경계심을 극대화하고, 뇌는 위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반응하여 요란하게 위험 경보를 울린다.
실제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더 많이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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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대인이 느끼는 걱정, 심란, 짜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상당수는 ‘가짜 불안’인 경우가 많다”며 “불안을 덜기 위해 생각을 ‘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생각’을 하도록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심지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은 불편하고 불안한 상황을 ‘회피(avoidance)’하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더 큰 불안을 학습하게 한다는 것. 이와 같은 반추와 회피는 잠깐은 안도감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불안-반추-후회’의 무한 루프에 갇히는 결과를 불러온다.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고 신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감정은 우리의 경험에 깊이와 의미, 색채를 부여하며, 의사결정 과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중요한 배움의 기회를 걷어차는 셈이다.
즉 감정은 우리가 따라야 할 명령이 아니라 참고해야 할 ‘정보’다.
” (17쪽)
저자는 근거 없는 불안을 ‘문제 해결의 도구’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버리기’, 휘몰아치는 생각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본 다음 필요 없는 걱정을 내려놓는 것. 감정은 따라야 하는 명령이 아니라 ‘정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두 번째는 ‘정리하기’로, 정리하기는 생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전략을 익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익한 생각 일기 쓰기’, ‘시간 관리하기’와 같은 실생활에서 간단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세 번째 ‘바꾸기’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최적의 사고방식을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상황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도록 돕는다.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그 자체로 중요하며 부정적 감정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의심은 분석적 사고를 더 날카롭게 하고, 당혹감은 중요한 실수를 깨닫게 하며, 분노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거나 자기 권리를 주장할 힘을 준다.
따라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것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의 장점은 생각 과잉과 불안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기보다는 이론과 문제보다는 실천과 해결책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 있다.
늘 머릿속을 맴도는 걱정과 고민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는 유용한 불안관리 지침서라 할 만하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