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우 엄태웅이 사진전 ‘시간의 공기’를 열었다. 긴 시간 가족과 함께한 일상이 담겼다. 엄태웅은 기자가 건넨 질문에 “제 전시가 기자님 인터뷰 거리가 될까요?”라며 “가족들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전날까지도 ‘이걸 하는 게 맞을까’ 고민했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엄태웅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사진=갤러리 유머감각 제공 |
“안녕하세요.” 전시장에 들어서자 들려오는 천진난만한 인사. 친구를 마주한 듯, 경계심 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배우 엄태웅의 딸, 지온 양이다.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지온은 엄마, 아빠의 키만큼 훌쩍 자라 있었다.
전시장 한쪽에선 친구들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가끔 아빠의 사진 앞에 멈춰 서기도 했다.
엄태웅의 첫 번째 사진전은 공식적인 보도자료도, 홍보도 없었다.
그의 부인이자 발레리나 출신 윤혜진과 본인의 SNS에 조심스럽게 전시 소식을 알렸을 뿐이다.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오던 길, 이 전시 소식을 떠올리고 전시장이 있는 언덕길을 찾았다.
공영 주차장은 멀고, 전시장 입구까지는 골목을 따라 올라가야 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자리는 아니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언덕 산꼭대기, 주택 사이에 자리한 작은 전시 공간. 정말 이 전시를 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면 쉽게 찾아오긴 어려운 위치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도착한 전시는 오히려 더 조용하고, 온전했다.
이번 사진전은 엄태웅이라는 이름보다는 그가 바라본 세상, 그리고 그를 지켜온 가족이 주인공인 전시다.
첫 장면은 집 앞, 흘러가는 구름과 빛, 거리의 낙엽 같은 일상에서 시작된다.
그가 오랜 시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화려하거나 과장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낮은 곳에 머물러 있다.
![]() |
![]() |
이번 전시는 아내 윤혜진과 딸 엄지온을 조용히 지켜보는 남편이자 아빠, 엄태웅의 다정한 시선으로 채워져 있다. |
화각은 점점 좁아지고, 시선은 가까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전시의 마지막에 도달하면 ‘가족’이 기다린다.
윤혜진의 모습, ‘초딩’ 딸 지온이의 발랄함이 담긴 사진이 벽을 채운다.
그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이 장면들은 관객에게 따뜻한 쉼을 건넨다.
사진전의 시작이 ‘세상’이었다면, 끝은 ‘가족’이다.
전시장을 찾은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던 엄태웅은 기자로서 몇 마디 조심스럽게 건넨 질문에도 조금은 망설이며 답했다.
“제 전시가 기자님 인터뷰 거리가 될까요?”
그는 이번 전시가 “가족들의 권유로 시작된 것”이라며 “전날까지도 ‘이걸 하는 게 맞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를 붙잡아준 건 가족이었다.
누구보다 조용히, 따뜻하게 관람객을 맞이하던 윤혜진, 그리고 그 곁에서 자유롭게 웃고 뛰는 지온. 엄태웅의 사진은 결국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기록이자 용기다.
![]() |
긴 시간 동굴 속에 스스로를 가뒀던 이들에게 비판보다 더 필요한 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지켜보는 시선일지 모른다.
엄태웅의 이번 사진전 ‘시간의 공기’는 그간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기록이다.
오는 4월 30일까지 서울 신당동 갤러리 유머감각에서 열린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갤러리 유머감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