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한민국은 누구의 동상을 얼마나 많이 세웠을까. 아시아경제는 1990년부터 이달까지 포털사이트, 지방자치단체 누리집 등에 담긴 실존 인물의 동상 제막식 개최 기록을 분석했다.
전쟁, 독재, 민주화 등 격변의 시기가 지난 뒤 현대 대한민국에는 200여개의 실존 인물 동상이 건립됐다.
나라를 지킨 독립운동가나 전쟁 영웅 동상이 가장 많았고, 전직 대통령 동상도 꾸준히 늘었다.
또 시대가 바뀌면서 '지역의 자랑'으로 빛나거나 지역 홍보에 도움을 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민간인 동상도 생겨났다.
12일 아시아경제가 포털사이트, 지방자치단체 누리집 등에 담긴 실존 인물의 동상 제막식 기록을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은 199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에 동상 215개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세워진 동상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안중근 의사다.
서울시(2개)·경기도(3개)·광주광역시(1개)·전라북도(1개)·전라남도(1개) 등 전국에 동상 8개가 설치됐다.

2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 동상은 대부분이 경상북도에 집중된 특징이 있다.
경북 구미시 2개, 포항·경주·안동시 각 1개의 동상이 세워졌다.
경주시 동상의 경우 박 전 대통령 개인 동상이 아닌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과 수행원 3명이 따르는 형태였다.
나머지 한 개는 최근 동대구역에 지어져 논란이 됐던 동상이다.
대학 등 교육기관에 설립된 동상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구미초등학교와 영남대학교에 설치된 동상 2개를 더하면 가장 많이 세워진 안 의사 동상과 대등한 수치다.
이순신 장군 동상도 6개로 공동 2위에 올랐다.
명량대첩이 벌어진 울돌목이 있는 전남에만 3개가 설치됐다.
이순신 장군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알려진 충청남도 아산시에 2개, 한산도 대첩으로 대승을 거뒀던 경상남도 통영시에도 1개가 추가됐다.

그다음으로 많은 동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세종대왕, 유관순 열사, 전봉준 의병장, 추사 김정희 선생이다.
이 기간 전국에 각 3개씩 동상이 세워졌다.
특히 김 전 대통령 동상은 전남 목포시·무안·신안군에 세워져 전남에 집중됐는데, 이는 경북에 집중된 박 전 대통령 동상과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다.

동상 제작의 대상이 된 인물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최고령은 충청북도 음성군에 세워진 소서노 여왕 동상으로 기원전 66년 태어난 인물이다.
최연소는 강원도 태백시 태양의 후예 세트장에 세워진 송송커플(송혜교·송중기 배우) 동상으로 1985년생 배우 송중기씨다.
평균값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서노 여왕을 제외하고 인물들의 출생연도 평균을 계산하면 동상 대상 인물들은 평균 1814년 출생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상 인물의 직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독립운동이나 항일운동에 투신했던 사람들의 동상이 70개로 전체 동상의 32%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이순신·계백 등 장군 동상은 전체 21개로 집계됐다.
군인 동상도 8개나 됐는데, 적진에 포탄을 안고 뛰어든 경기 김포시의 이희복 용사 동상이나, 무장 공비 토벌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며 만들어진 충북 괴산군의 서형원 소령 동상 등 6·25 전쟁과 남북 대립이라는 시대적 상황이 제작의 배경이 된 동상들이 많았다.

외국인을 기리는 동상도 있다.
6·25 전쟁 당시 한국을 도왔거나, 전후 폐허가 된 한국을 도와준 외국인들이 대표적이다.
부산광역시 남구에는 전쟁고아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처드 위트컴 장군 동상이, 미8군 사령부가 있는 경기도 평택시의 평택기지에는 월튼 워커 장군 동상이 세워졌다.
경기도 용인시에는 우리나라에 천주교를 포교하러 왔다 박해로 순교한 피에르 오메트르 신부 동상, 화성시에는 일제에 의해 자행된 제암리 학살사건을 해외에 알린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선교사 동상이 있다.
전남 강진군에는 '하멜 표류기'의 주인공 헨드릭 하멜 동상, 경북 칠곡군에는 논란을 빚은 다부동 전적기념관의 해리 트루먼 장군 동상이 건립됐다.
우리나라 역사와 관계없는 외국인 동상은 경남 김해시의 마하트마 간디 동상으로, 인도 정부가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해 기증한 것이다.
현재 생존해 있는 인물을 제작한 동상도 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대부분으로, 보통 해당 지역 출신 인물임을 고려해 세운 동상들이다.
스포츠 스타의 경우 ▲경기도 김포시 이회택 전 축구감독 동상 ▲인천광역시 중구 김남일 축구선수 동상 ▲전남 완도군 최경주 골프선수 동상 등이 있다.
영화·연예인 동상으로는 ▲강원 영월군의 유오성 배우 동상 ▲강원 태백시의 송송커플 동상 ▲전남 장성군 임권택 영화감독 동상 ▲강원 춘천시의 배용준·최지우 배우의 겨울연가 동상이 있었다.
정치인으로는 경북 경주시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건립된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과 충북 음성군에 건립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동상이 있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1990년부터 올해 이달 4월까지 개최된 동상 제막식의 기록을 정리했습니다.
흉상이나 부조는 제외했으며, 실존 인물을 본 따 건립된 동상만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에 고(故) 김복동 할머니 동상을 제외한 평화의 소녀상, 노동자 동상 등은 분석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대학 등 교육기관에 건립된 동상도 제외하고 공원, 기념관 등 공공장소에 건립된 동상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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