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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실내악은 작곡가의 내면 보여줘 매력적"

"작곡가가 가진 역량의 모든 것을 보려면 교향곡을 들어야 하고, 작곡가의 내면을 알려면 실내악을 들어야 한다.
"


비올리스트 김상진 연세대 교수는 14일 서울 종로구 안동교회에서 열린 제20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 기자간담회에서 실내악의 매력을 교향곡과 비교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중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오페라와 교향악이라면, 음악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실내악"이라며 "작곡가가 외부에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 자신의 가장 내면에 있는 진솔한 모습을 담아쓴 작품이 실내악"이라고 덧붙였다.


옆에 앉아있던 피아니스트 김영호 연세대 명예교수는 연주자가 음악적으로 가장 발전할 수 있는 장르가 실내악이라고 소개했다.


"독주를 연주자가 멋대로 과장도 하고 스스로 돋보이기 위한 연주를 하는데, 실내악을 하면 다른 연주자들의 소리를 듣으며 같이 연주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고 같이 조화를 이룰 때 음악성이 많이 발전한다는 측면에서 실내악은 연주자의 발전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2006년 시작된 SSF가 올해로 의미있는 20회를 맞았다.
김영호 명예교수와 김상진 교수는 1회 때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SSF 무대를 함께 한 산증인으로서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SSF를 창설하고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SSF 예술감독도 함께 했다.


통상 5명 안팎의 연주자들이 음악을 들려주는 실내악은 대중들이 교향곡, 오페라 등에 비해 어려워하는 장르다.
SSF가 시작될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실내악 축제가 전혀 없는 실내악 불모지였다.
하지만 SSF를 통해 꾸준히 실내악이 소개되고 최근에는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국내 실내악단도 많이 늘었다.


강동석 예술감독은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SSF가 우리나라 실내악 발전을 위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자부심을 좀 느낀다"고 했다.
강동석 감독은 실내악 축제를 사실 2003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03년 당시 프랑스 쿠쉐빌 뮤직 알프 페스티벌 음악감독을 맡고 있던 강동석 감독은 이를 국내로 옮겨와 호암아트홀에서 제1회 호암 뮤직 알프 축제를 열었다.
호암 뮤직 알프 축제는 2006년부터 서울시 지원을 받으면서 현재 명칭으로 바꿔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강동석 감독은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실내악의 중요성이 좀더 알려지고 실내악이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콩쿠르도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017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 우승했을 때에도 SSF에서 연주했던 실내악곡을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했다"고 했다.


선우예권은 북미 최고 권위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선우예권의 콩쿠르 우승이 확정된 날은 2017년 6월10일이다.
그는 콩쿠르 직전인 같은해 5월19일 SSF에서 연주를 마친 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선우예권은 콩쿠르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5중주를 연주해 영예를 안았다.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5중주는 5월19일 SSF에서 연주한 바로 그 곡이었다.
SSF 무대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뒤 콩쿠르 결선에서 쾌거를 달성한 셈이다.


김상진 교수는 "그때 선우예권이 다음주 콩쿠르인데 연습할 시간이 없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며 "연주가 많았는데 SSF에서 너무 훌륭하게 실내악 공연들을 소화한 뒤 콩쿠르에서 우승해 지금은 너무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상진 교수는 현재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인정받는 조성진도 자신과 함께 SSF에서 연주를 했다고 소개했다.
조성진은 15살 때인 2009년 SSF에 참여했다.
김상진 교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등과 함께 멘델스존의 피아노 6중주를 연주했다"며 "지금은 굉장히 활동을 많이 하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됐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어린 학생들이었다"고 했다.


김상진 교수는 선우예권, 조성진처럼 많은 젊은 연주자들이 SSF에서 무대를 선보인 뒤 세계적인 연주자로 성장한 것이 SSF의 자랑거리라고도 했다.


"대부분 외국의 축제는 새로 부상하는 젊은 음악가들에 관대하지 않다.
콩쿠르 입상 등의 검증이 안 됐기 때문이다.
SSF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문호가 열려 있어 젊은 연주자들이 굉장히 많이 참여한다.
그래서 70대이신 강동석 감독님부터 10대까지 다양한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린 연주자들이 몇 년 안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


강동석 예술감독은 너무 좋은 작품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곡들이 너무 많다며 그런 곡들을 알리는 것이 축제의 의무라고 했다.
또 그런 곡을 소개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이번 축제에서도 관객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곡들을 소개했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발터 라블의 작품이 두 곡 연주되는데 23일 연주되는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4중주가 아주 아름다운 곡이다.
라블의 또 다른 곡인 피아노 3중주를 위한 환상곡은 5월2일 공연 예정이다.
프랑스 작곡가 앙드레 졸리베의 크리스마스 목가극(4월26일)은 플루트, 바순, 하프라는 특이한 조합의 3중주 곡이다.
우크라이나 작곡가 세르게이 유페로프의 피아노 3중주(4월26일)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흥미롭다 독일 작곡가 아우구스트 클루가르트의 작품은 지난해 현악 5중주를 들려줬고 올해 피아노 5중주(5월1일)를 준비했는데 굉장히 좋다.
요아힘 라프의 피아노 5중주를 위한 환상곡(5월2일)도 들을 수 있다.
"


강동석 감독은 향후 SSF 운영과 관련해 재정 지원이 안정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사실 1, 2년 전에 미리 축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축제 개막 2개월 전에 지원 규모가 확정되기 때문에 연주자 섭외가 쉽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다"며 "멀리 보고 계획을 세우지는 못 하더라도 안정적인 상황에서 SSF가 계속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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