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인사'와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잘 알려진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1857~1934)의 첼로 협주곡은 역대 첼로 협주곡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엘가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19년 이 협주곡을 완성했고, 그해 10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SO)를 직접 지휘하며 초연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5월에는 피아노 오중주를 발표했다.
이 두 곡의 작품번호(Op)는 각각 Op. 84, Op. 85로 나란히 붙어 있다.
이 두 곡을 담은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사진)의 새 음반이 유니버설뮤직 데카 레이블을 통해 15일 발매됐다.
음반 제목은 '애가의 울림(Echoes of Elegy)'이다.
양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곡을 같이 담아 엘가만의 후기 세상을 훨씬 더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며 "(두 곡은) 1차 세계대전에 대한 추모(메모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엘가의 음악은 우울하고 내성적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첼로 협주곡의 명성이 워낙 높다 보니 양 교수는 피아노 오중주에 대한 설명에 더 많은 비중을 뒀다.
그는 "시적인 부분들이 있는 매우 영적인 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엘가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들었던 음악이 자신의 피아노 오중주였다"며 "그만큼 엘가가 중요하게 생각한 곡이었고 이 곡의 2악장, 3악장을 들어보면 이 곡이 엘가의 내면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반은 양 교수가 첼로를 연주한 지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양 교수는 7살이던 1975년 3월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헝가리계 미국인 첼로 거장 야노스 슈타커(1924~2013)의 내한 공연을 자신의 첼로 인생의 출발점으로 생각한다.
"그때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들었던 연주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고 여전히 저한테 많은 감동을 준다.
피아노를 치다가 첼로로 진로를 확실히 바꾼 계기가 됐다.
"
양 교수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을 거쳐 19살이던 1986년 인디애나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슈타커의 제자가 됐다.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꼽으라면 슈타커 선생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가 아닐까 싶다.
"
음반 녹음은 2022년에 이뤄졌다.
특히 첼로 협주곡은 엘가와 초연을 함께 했던 LSO와 협연해 의미를 더했다.
피아노 오중주는 피아니스트 박재홍,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과 임지영, 비올리스트 김상진 등 후배들과 함께 했다.
양성원 교수는 "첼로 협주곡을 초연한 LSO,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정말 훌륭한 후배들과 함께 해 음반 녹음이 정말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양 교수는 다음 달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첼로 인생 50주년을 기념하는 독주회를 연다.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엘가의 '첼로 협주곡',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양 교수는 "훌륭한 부모님과 선생님, 훌륭한 동료들과 가족 덕분에 첼리스트라는 좋은 직업을 50년 동안이나 할 수 있었다"며 "그런 감사함을 담은 공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성원 교수의 아버지는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의 스승이기도 한, 국내 1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양해엽 전 서울대 음대 교수다.
양 교수의 형은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 전 대구카톨릭대 교수이며, 아내도 바이올리니스트 김은식 벽산장학문화재단 사무국장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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