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의 행장 임기가 올 연말 만료되는 가운데, 각 행장의 연임기상도가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경우 연임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반면, 잇딴 내부통제 사고를 겪은 우리·NH농협은행에선 행장 교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 연말 은행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현재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절차를 진행 중이다. 5대 시중은행장 중에선 3연임에 도전하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첫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우선 연임기상도가 '맑음'인 행장으론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꼽힌다. 정상혁 행장은 지난해 건강문제로 사임한 고(故) 한용구 행장을 이을 구원투수로 등장, 조직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상혁 호(號)의 신한은행은 지난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어난 3조1028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승열 행장 역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냈다. 이승열 행장 체제의 하나은행은 지난해엔 순이익 기준 은행권 1위를 기록했고, 지난 3분기에도 기준 누적순이익 3조2254억원을 나타내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썼다. 정상혁·이승열 행장 재임기간 이렇다 할 대규모 금융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재근 행장의 경우도 연임 가능성이 높단 평가다. 올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의 여파로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8.3% 줄어든 2조6179억원에 머무르긴 했지만, 비교적 매끄러웠던 홍콩ELS 대응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라는 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단 점도 한 몫한다. 전임자인 허인 전 행장도 2+1년의 임기에 더해 1년의 재연임 임기를 추가 수행한 바 있기도 하다.
연임기상도가 '흐림'인 행장으론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꼽힌다. 두 행장은 모두 여러 내부통제 사고를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원덕 전 행장의 사임 이후 지난해 7월부터 우리은행을 이끌어온 조병규 행장의 경우 올해 4차례 발생한 금융사고,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특히 조병규 행장은 수사·감독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19일엔 조병규 행장의 사무실을 포함한 우리은행 본사가 추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고, 자신도 취임 후 해당 대출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과정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보고의무 위반')로 피의자로 입건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이날 정기이사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조병규 행장 거취와 관련한 일련의 결정이 내려질 지 관심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수사당국, 감독당국도 조병규 행장, 임종룡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정조준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이사회도 갈팡질팡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석용 행장 또한 올해 6차례나 발생한 금융사고로 곤욕을 치렀다. 올해 새로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내부통제 문제를 주요 판단기준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것도 '상수'다. 강 회장은 중대사고가 발생한 계열사는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어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역대 농협은행장 중엔 연임한 사례가 드물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