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냉동김밥 업체를 인수해 사업 다각화를 하겠다던 제주맥주의 주인이 또다시 바뀌었다. 사업 정상화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지만 새 주인 한울반도체 역시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오히려 재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맥주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4%(50원) 상승한 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대주주 변경 소식에 장 중 한때 15.08% 급등하며 374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제주맥주는 이날 1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 납입이 완료됨에 따라 최대주주가 기존 더블에이치엠 외 1인에서 한울반도체로 변경되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자동차 수리업체 더블에이치엠에 매각되었던 제주맥주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방산장비 사후관리 전문 기업인 한울반도체로 다시 주인이 변경된 것이다. 제주맥주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100억원의 자금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와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시장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대부분이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과 부채 상환에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맥주는 현재 냉동김밥 전문기업 에이지에프의 인수대금 납입을 못하고 있다. 당초 7월 31일까지 입금할 예정이었던 2차 투자금 40억원을 수차례 연기한 끝에 오는 16일까지 납부하기로 연기한 상태다. 100억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사용하면 되지만 지난 3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했던 전환사채가 문제다.
이 전환사채의 발행 대상자는 수옹투자조합에서 태산투자조합, 다시 투에이치엔비투자조합으로 3번 변경됐다. 전환사채 발행금액도 원래 예정했던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축소되었고, 납입일도 5월 30일, 7월 30일, 8월 30일, 10월 30일, 11월 29일, 그리고 오는 12월 17일로 총 5차례 연기된 바 있다. 새 주인인 한울반도체가 제주맥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한울반도체는 이번 제주맥주 지분 인수를 위해 1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울반도체 역시 3분기 누계 영업손실 2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2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110억원에 매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맥주가 냉동김밥 사업에 진출한다 해도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조대림, 대상, CJ 등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들이 냉동김밥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기존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