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을 맞았지만 전세시장에서 빌라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년 전 발생한 전세사기 여파로 자금력이 부족해 빌라를 찾아야 하는 이들이 자금 부담에도 소형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높인다는 소식에 빌라 기피 현상이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더 강화할 계획은 없다고 밝혀, 향후 빌라 시장에 닥친 한파가 풀릴지 관심이다.
3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으로부터 받은 ‘서울 소형주택(전용면적 60㎡ 이하) 임대차 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 기준 아파트 전세는 4503건 거래됐다. 빌라 전세는 3797건이 접수됐다. 아파트 거래량은 빌라를 6개월 연속 앞질렀다. 올해 전체를 놓고 봐도 4월(아파트 4944건, 빌라 5063건)을 제외하고 모두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빌라보다 많았다.
2022년 말 불거진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살이’를 꺼리는 경향이 짙어졌다. 다방 관계자는 "전세사기 사태 이후 소형주택 전세 거래 추세가 급변했다"며 "빌라 시장이 위축된 양상을 보였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빌라 전세 거래량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아파트보다 많다가 2022년 12월 아파트에 우위를 내줬다. 지난해에도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이 더 높은 ‘역전 현상’이 이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높인 것도 한몫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전세사기 사태에 HUG 보증보험이 악용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로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기존 공시가격의 150% 이내)일 경우에만 보험보증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방 관계자는 "전세사기로 보증보험 가입이 필수라는 인식이 커졌음에도 오히려 요건이 강화돼 실제 가입 가능한 주택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HUG가 기준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빌라 시장에 닥친 한파는 더욱 거세졌다.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담보인정비율을 현행 90%에서 80%로 낮춰 공시가격의 112%(공시가격 140%×담보인정비율 90%) 이하로 가입 요건 강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계획이 현실화되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보증금을 낮춰야 하는 등 재산상 피해가 발생해 빌라 월세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의 빌라 전월세 실거래가와 공동주택 가격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기존 126%에서 112%로 강화하면 지난해 체결된 빌라 전세 계약의 69%가 가입 요건을 맞추지 못했다.
다만 알려진 것과 달리, 정부와 HUG는 보증보험의 가입 문턱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난해 2월 HUG 보증보험 담보인정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춰 당분간은 추가 하향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지 않다"며 "요건을 강화할 경우 빌라 시장이 더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