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으나 최근 주춤하는 전력기기 관련주가 다시 주도주로 복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는 미국의 전력 인프라 교체 사이클이 적어도 2030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전력기기 업체의 수익성 확대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HD현대일렉트릭은 전장 대비 2만원(5.97%) 오른 3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외 산일전기(12.43%), 효성중공업(9.97%), LS ELECTRIC(7.43%), 일진전기(6.31%), 제룡전기(4.85%) 등 국내 전력기기 관련 종목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들 주가는 올해 상반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도 압력을 받으며 최근 조정을 겪고 있으나, 전일 코스피 상승폭(1.86%) 보다 크게 반등하면서 다시 랠리를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는 송배전 변압기 등 전력 설비 수출로 유의미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초고압 변압기 리드 타임이 2년을 웃도는 가운데 2022년 하반기 수주한 물량이 매출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진율이 높은 북미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초고압 변압기 부족에 따라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외형 대비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라며 "공급자 우위 사업 환경 속에서 마진율이 이전 수준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2026년까지도 전력기기 업계 수익성 확대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 차원의 전력망 투자 확대가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수출 실적 동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에도 대규모 전력망 투자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으로 인해 미국 전력망 투자가 축소될 것이란 우려는 제한적"이라며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서 투자가 위축될 여지는 있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전체 전력 소비량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2030년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현재 대비 2배로 늘어나 총 전기 소비량의 9%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AI 수요가 이끄는 '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에서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 수준의 평가를 받는다면 주가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식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북미 전력기기 업체는 트럼프 당선 이후 리쇼어링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 폭 확대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라며 "반면 국내 업체는 글로벌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 할인 폭을 유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실적 전망치를 고려하면 국내 업체의 실적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충분하다. 향후 밸류에이션 할인 폭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며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