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이번 후폭풍이 미칠 파장에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일부 수출 기업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대부분 기업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고, 대금 지급 등 현금 운용 부문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4일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항공 등 주요 산업계는 고환율에 따른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반도체, 이차전지 기업들과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업계는 긴장감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수출기업 유리'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과거의 공식"이라며 "수출 규모, 제조 과정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 외화 부채 규모가 기업마다 다르고, 특히 지금은 미국 보호무역 기조에 따라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환율 불안은 기업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부담이 크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17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설립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 부담이 지속되면 공장 건설은 물론 향후 장비·설비 반입 시 비용 부담이 늘어나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북미를 중심으로 배터리 공장 증설을 추진하거나 현지 합작법인에 투자를 약속한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도 환율 상승으로 투자액이 기존 예상을 뛰어넘을까 우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에 GM과 공동으로 짓던 배터리 공장 지분 50%(약 10억 달러)를 내년 1분기까지 인수한다. 삼성SDI는 미국 자동차회사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워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배터리셀과 모듈공장 2개를 건립하고 있다. SK온도 약 60억 달러를 투자해 켄터키주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환율이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높아질 수 있지만 내수 판매가 둔화되고 원자재 구매 비용도 높아져 장기적으로는 부담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으로 원자재와 물류비가 오른 상황에서 고환율이 지속되면 생산원가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환율 폭등에 따른 리스크도 문제지만 국가 신뢰도 추락에 따른 브랜드 가치 하락도 장기적으로 악재"라고 지적했다. 정유업계와 항공사들도 환차손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계엄 선언 직후부터 24시간 비상대응 체제를 구축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계엄 후폭풍에 따른 인바운드 수요 위축, 환율 폭등 리스크 등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24시간 오퍼레이션 체제를 운영해 실시간 비상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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