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로 한국 경제는 전례 없는 혼란에 직면했다. 지난밤(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역외금융시장은 급격히 요동쳤다.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는 하락하는 등 혼란스러운 양상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신속히 대응에 나섰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른바 F4 회의를 긴급 소집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첫 회의는 계엄 선포 약 한 시간 후인 밤 11시 40분에 열렸으며, 다음날 아침 7시에 다시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 완화를 위해 필요 시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고, 1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와 4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 회사채 CP 매입 프로그램을 즉시 가동하기로 했다. 또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화 RP 매입과 환율 안정화 조치를 강화했다. 한국은행은 비정례 RP 매입을 통해 단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공개시장 운영 대상 증권과 기관도 확대하며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비상계엄이 한국 경제에 미칠 중장기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를 기록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국 불안이 지속될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윤수 서강대 교수 역시 "한국의 산업 구조상 정치적 불안은 곧바로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수출과 내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 주도의 주요 경제 정책 과제가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언급되었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이 한층 더 암울해지고 있는 가운데 비상계엄이라는 돌발 변수가 더해졌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2.4%에서 2.2%로, 내년 전망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국책연구기관 KDI와 IMF 역시 올해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낮췄으며, 내년 성장률을 2.0%로 예측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이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성장률을 1.8%로, JP모건은 1.7%로 각각 하향 조정하며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우려했다.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은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요약된다. 특히 수출은 지난해 말부터 증가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하며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증가율은 8월 11%에서 10월 4.6%, 11월 1.4%로 점점 둔화되었다.
한편 산업활동 동향을 살펴보면, 생산·소비·투자라는 3대 경제 지표 모두가 감소세를 기록하며 경제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전 산업 생산지수는 전달 대비 0.3% 감소했고, 소매 판매는 0.4% 감소해 두 달 연속 줄었다. 특히 설비 투자는 5.8% 감소하며 올해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러한 지표들은 경제 활동 전반에 걸친 어려움을 보여준다. 수출마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 중국 경제의 회복 부진, EU의 경기 침체 우려 등이 수출 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될 경우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불확실성이 크다.
비상계엄은 국가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 S&P는 "비상계엄이 한국 신용등급에 미칠 실질적 영향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정국 불안이 심화될 경우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 국채 가격 하락과 투자 심리 위축으로 직결된다. 한국 경제는 현재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 놓여 있다. 비상계엄과 정국 불안, 글로벌 경제 악재가 맞물리며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발 빠른 대응이 단기적 시장 안정에 기여했지만, 중장기적 경제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과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다. 국민과 기업, 정부가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세종=조영주 본부장 yjcho@asiae.co.kr 마예나 기자 sw93ye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