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스웨덴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s) 시장에 진출한다. 현지 개발사와 협력해 2032년까지 SMR 발전소를 건설한다. 지난 6월 루마니아 SMR 사업에 참여하며 유럽시장에 진출한 이후 스웨덴까지 영토를 넓혔다. 삼성물산을 필두로 국내 건설사들이 잇따라 SMR 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시장 선점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스웨덴 민간 SMR 개발사인 칸풀 넥스트와 사업개발을 위한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스웨덴 원전 시장에 진출한다고 6일 밝혔다. 전날 한국·스웨덴 전략산업 서밋 행사에서 진행된 체결식에는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와 크리스티안 셸란 칸풀 넥스트 대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했다.
칸풀 넥스트는 스웨덴 민간 원자력 전력회사인 칸풀 에너지가 설립한 SMR 개발사다. 현재 SMR 발전소 운영을 위해 스웨덴 남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2개 부지를 선정, 사전 조사까지 끝냈다. 삼성물산은 이번 MOU를 통해 이 사업에 참여한다. 칸풀 넥스트와 함께 관련 기술선정과 환경영향평가 등 발전소 건설을 위한 후속 작업에 들어간다.
삼성물산은 칸풀 넥스트와 함께 2032년까지 SMR 발전소를 건설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스웨덴 내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하는 사업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이번 SMR을 시작으로 다수의 발전소를 건설하고 동시에 데이터센터를 지속 유치해 복합 캠퍼스 형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스웨덴 원전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스웨덴에 진출하면서 SMR 수요가 늘었다. 스웨덴 정부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수요 확충을 위해 SMR 등 원전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5년까지 최소 2500㎿ 규모의 원전설비를 확충하고, 2050년까지 SMR과 대형원전 건설을 진행한다는 원자력 로드맵을 내놨다.
삼성물산은 지난 6월 미국의 플루어, 뉴스케일, 사전트 앤 룬디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과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 기본설계(FEED)에 참여하며 유럽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의 전방위 협력으로 향후 유럽시장 SMR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외에도 국내 건설사들은 SMR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 SMR 개발사 홀텍 인터내셔널과 독점계약을 맺고, 미국 팰리세이드 원전부지에 첫 SMR 건설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10월에는 영국 법인 홀텍 브리튼과 함께 영국 원자력청이 주관하는 SMR 기술 경쟁입찰 프로그램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원자력청은 영국 최초 SMR 건설을 맡을 2곳을 올해 말 결정한다.
DL이앤씨는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에 2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 최근 엑스에너지는 미 정부로부터 12억 달러 규모 투자를 이끌어낸데 이어, 아마존으로부터 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또 엑스에너지는 한전KPS와 글로벌 SMR 사업개발·시운전, 유지보수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포스코이앤씨도 정부가 추진하는 새 SMR 모델 ‘i-SMR(혁신형 소형 원자로)’ 개발과제와 사업화에 참여하는 등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형 SMR의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캐나다에서 SMR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SMR을 중심으로 한 원전산업 육성방침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미국에서도 사업 기회가 기대된다"며 "새로운 먹거리로 SMR 사업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