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에서 이어진 탄핵 정국 소용돌이로 인해 한국 증시에서 3거래일 새 시가총액 72조원이 사라졌다. 정부가 증시 안정을 위해 유동성 무제한 공급을 약속했지만 소용 없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증시 반등 동력도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 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한 2428.16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1988조5100억원으로 계엄 사태 직전인 지난 3일 종가 기준 2046조2610억원에서 57조7510억원 감소했다. 코스닥 지수도 3거래일 연속 하락한 종가 661.33을 기록했고 시총은 14조510억원 줄었다. 양대 시장에서 사흘 만에 시총이 71조8020억원 줄었다. 계엄 해제 당일인 지난 4일 하루 동안 증시 자금 이탈은 외국인 순매도 주도로 일어났다면 이후 2거래일에는 탄핵 정국에 민감하게 반응한 개인투자자들이 투매에 가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정국이 진행되며 코스피에서 정치 불안에 따른 개인투자자 매도세가 확대됐고, 이에 외국인 순매도액 감소에도 지수 낙폭이 커졌다"며 "코스닥은 과거 두 차례 탄핵정국 당시에도 중소형주 투심에 더 취약해 코스피 대비 낙폭이 컸는데, 6일에도 외국인 연속 순매도, 개인 패닉셀로 연 저점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가 단기 반등할 기회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주말 사이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됐지만 부결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연말 산타랠리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주요 해외 증시와는 확연히 상반된 분위기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 사태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은 주식시장에 부정적"이라며 "탄핵 부결은 정치적 혼란 지속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을 이어가게 하고, 탄핵 가결은 정치 불확실성 완화로 해석돼 낙폭을 되돌릴 수 있지만 트럼프 신정부 정책 리스크를 감안하면 제한적 반등 후 횡보 흐름을 다시 이어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미 증시는 테크 기업 호실적과 견조한 소비에 기반해 상승세를 지속했고, 중국 증시는 반등하는 제조업 경기와 향후 경기부양책 기대감으로 전주 대비 상승 마감했다"며 "우리는 탄핵 정국 돌입으로 극대화한 정치적 불확실성, 급등한 환율로 하락세를 나타내며 하락해 글로벌 증시와 방향성 엇갈림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코스피 지수 2400선으로 마무리된 증시가 더욱 가라앉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코스피 지수 저점을 2300대 초반으로 제시하고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 저점은 과거 긴축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정점을 찍었던 2023년 10월의 '12개월 확정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TTM PBR)'인 0.86배 정도"라며 "계엄령 이슈로 코스피가 2450 수준까지 하락했는데 이 TTM PBR을 코스피로 환산하면 2340"이라고 봤다. 한때 '테크 라이벌'로 불렸던 대만과도 시총 차이가 약 1조 달러로 벌어졌다. 올해 대만 자취엔 지수가 30% 오를 때 코스피는 8.5% 하락하며 연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탄핵 이후에는 대만 증시 시총이 한국보다 약 9500억 달러(약 1352조원) 많다.
우리나라 시총 1위인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31% 하락해 5만4100원에 머무르며 코스피 지수 하락을 이끈 주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대만 시총 1위 기업인 TSMC 주가는 올해 들어 79.6% 오르며 대만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에 이어 개인투자자들도 대거 이탈하고 있는 반면 대만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대만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크레디트 아그리콜의 에디 청은 "한국과 대만 모두 (미국의) 관세에 노출되어 있지만 대만 경제가 더 단단하다"고 말했다. 삭소 캐피털마케츠의 차루 차나나는 "최근 정치적 위기를 고려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아주경제(www.ajunews.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탄핵무산 후폭풍] 사흘 만에 시총 72조 증발...유동성 무제한 처방에도 '속수무책'
계엄 탄핵 정국 기간 증시 주가지수, 상장시총 추이계엄 사태에서 이어진 탄핵 정국 소용돌이로 인해 한국 증시에서 3거래일 새 시가총액 72조원이 사라졌다. 정부가 증시 안정을 위해 유동성 무제한 공급을 약속했지만 소용 없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증시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