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가 내년 초부터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참여 대상인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로드쇼(기업설명회)에 나선다. 본격적인 투자자 모집을 앞두고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국 불안 그림자가 드리웠다. 높은 내부거래 비중, 비교 기업인 삼성SDS의 주가 부진, 2대 주주인 맥쿼리PE의 자금회수(엑시트) 가능성 등이 최종 공모가 산정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수요예측을 위해 주관사단과 함께 국내외 IR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해외 주요 투자기관들이 연말 휴가기간이기 때문에 내년 새해 첫 영업일부터 본격적으로 IR에 나서기로 했다. 현신균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외 IR을 진두지휘한다.
KB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한 주관사단이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를 대표로 하는 외국계 주관사단이 홍콩, 싱가포르, 뉴욕 등에 있는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LG CNS와 주관사단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6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설득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LG CNS가 제시한 최종 희망 공모가는 5만3700원 ~ 6만1900원이다. 구주와 신주를 합쳐 1937만7190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 기준으로 추산한 기업가치(시가총액)는 5조원대 초반에서 최대 6조원에 달한다.
최종 공모가 확정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는 내부거래다. LG CNS는 LG그룹 계열사 전산을 전담하는 회사로 전체 매출에서 계열사향(向)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62.4%를 차지한다. 시기별로 비중이 늘었나 줄었다 하지만 대체로 60%를 조금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계열사 이외 매출 기반이 약하다는 점에서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IT 전담 회사들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LG CNS는 성장성을 보완하기 위해 IPO로 조달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해외 IT 서비스 기업 인수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1800억원, 2026년 1100억원, 2027년 400억원 등 총 3300억원을 M&A에 사용하기로 했다. IPO로 조달하는 자금 5000억~6000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주관사단 관계자는 "LG CNS는 대부분의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회사의 계열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계열 매출 비중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쿠팡 등을 고객사로 유치하는 등 계열 이외의 매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SDS 주가 부진·맥쿼리PE의 엑시트 가능성 등 변수 동종 기업 중 대표 기업인 삼성SDS의 주가 부진도 수요예측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S는 2014년 공모가 19만원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직후 42만9000원까지 올랐다가 10년간 장기 하락 추세를 보이며 현재 13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IT 서비스 시장 확대로 주가가 반등하다가 올해 들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주가가 하루만에 7% 이상 떨어지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LG CNS는 희망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삼성SDS, 현대오토에버, NTT Data Group을 비교 기업으로 정했다"면서 "대부분 최근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1월 수요예측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비교 기업으로 선정된 3개 회사가 PER 기준으로 상당히 고평가된 기업들이라는 점도 LG CNS의 할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대 주주인 맥쿼리PE의 엑시트 가능성도 공모가를 짓누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주주인 LG는 기존에 LG CNS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가 2019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맥쿼리PE에 지분 35%를 9500억원에 매각했다.
맥쿼리PE는 이번 IPO 과정에서 보유 지분의 3분의1가량을 매각할 예정이다. 나머지 지분에 대해 6개월간 팔 수 없도록 보호예수(락업)가 설정된다. 하지만 LG CNS의 상장 목적이 맥쿼리PE의 엑시트였던만큼 장기 투자자들은 대량매물 출회 가능성에 대한 부담을 안고 지분을 사야 한다.
한 투자기관 관계자는 "LG CNS가 상장을 추진하면서 최대 기업가치 10조원을 기대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절반 수준인 5조원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