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연말 막판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명목 성장률(성장률+물가상승률) 이내로 가계대출 증가 폭을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은행별로 이미 가계대출 잔액이 크게 늘어난 만큼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6%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692조4049억원이었던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월 말 기준으로 733조3387억원으로 40조9293억원으로 늘었다.
대출별로 전세자금 대출과 가계신용대출 등은 감소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8.9% 늘면서 가계대출 전체 잔액을 끌어올렸다. 11월 말 기준으로 주담대 잔액은 576조993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7조101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2.3%, 전세자금 대출은 1.4% 줄었다. 집단대출은 지난해 연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개별 시중은행은 연초에 밝힌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추가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다른 금융기관으로 대환하는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 대출, 신용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달 15일 비대면 전용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대환 목적 대출까지 묶은 것이다.
우리은행은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폐지하는 방법으로 관리를 강화했다. '우리WON하는 직장인 대출' 등 8개 신용대출 상품을 새로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들은 0.5~1.4%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을 수 없다. 또한 기존 신용대출을 연장하고 재약정하는 소비자에 대한 우대금리도 최대 0.5% 포인트 줄어든다. NH농협은행은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신한은행은 비대면 상품 취급을 중지한 상황이다.
금융권은 그간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로 원리금 상환을 독려하며 주담대 잔액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았고, 이에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한 비대면 대출, 신용대출 등에 대한 조치를 확대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별로 관리 목표가 있는 만큼 이를 맞추기 위해 추가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대출 취급은 최소한으로 이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내년에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융권에 월별, 분기별 목표치를 구분해 제출하도록 했다. 특히 가계대출 관리 기조의 복병이었던 정책성 대출 관리 목표도 별도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은 연간 경영계획을 협의하면서 가계대출 목표치를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5대 시중은행은 가계대출과 함께 기업대출에 대한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1월 말까지 대기업대출 잔액 증가율은 19.9%, 중소기업대출은 5.6%, 개인사업자대출은 2.4%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 1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829조5951억원으로 전월 대비 7700억원 이상 감소했다. 기업대출 잔액 증가세가 꺾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영업을 축소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