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기자간담회 열고 주주가치 제고방안 등 공개
"수학 아닌 국어를 못하는 회사"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한림 기자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MBK파트너스(MBK)가 82일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체제 이후 지속적으로 외면받아 온 주주들의 가치를 회복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전면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MBK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의 본질적 가치 대비 훼손된 주주가치와 주주 및 기업가치 훼손의 원인에 대한 진단, 그리고 향후 이사회에 진입했을 때 이행할 구체적인 주주가치 보호방안 등을 제시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고려아연 주가는 2019년 초까지 동종업계 유사기업 및 유관 인덱스 대비 견조한 주가 성장률을 보였으나. 2019년 3월 최윤범 사장 취임 후 주가 성장률은 하락했다. 동종업계 유사기업의 성장세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며 "이 추세는 2022년 말 최윤범 회장 취임 및 단독 경영 체제 전환 후 더욱 악화했다. 경영권 분쟁 이슈는 주가가 오르기 마련이지만 영풍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추가 상승 모멘텀에서 주가는 연평균 -5.8%로 역성장했다"고 밝혔다. MBK는 고려아연의 최근 3년간 TSR(총주주수익률)이 2021년 32%에서 2022년 15%, 2023년 -5%로 꾸준히 감소한 것을 지적하면서 2022년 당시 최 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스피200 인덱스, MSCI 동종 및 산업 인덱스 등 글로벌 동종업계 유사기업의 중앙값에 대비해 모두 뒤처진 최하위권의 주주수익률이다. 후천적 기업지배구조에 따른 근본적인 주주 및 기업가치 훼손 원인도 진단했다. MBK가 주장한 원인은 이사회의 관리 감독 없는 투자 집행이다. 일례로 최 회장 취임 후 고려아연이 집행한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홀딩스, 정석기업 등 본업과 상관이 없으나 거액의 회삿돈이 투자된 사례를 되짚었다. 아울러 최근 두 달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 회장의 자사주 매입과 유상증자 계획 등이 모두 회삿돈이 자신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최근 두 달간 투자는 더욱 드라마틱 하다. 최 회장이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본인의 사익을 위해 회사 자원을 유용할 수 있는 경영자로서 대리인 문제에 노출됐다는 것과 현재의 이사회가 이러한 경영진을 적절하게 관리·감독·견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MBK는 내년 1월 23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진입하면 가장 먼저 주주가치 보호방안을 즉각 시행한다고 밝혔다. MBK가 이날 제시한 방안은 주식 액면분할과 자사주 전량 소각, 배당정책 공시 정례화 등을 통한 주주환원, 소수주주들의 분리선출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주주권익보호 사회이사 제도 도입 등 주주참여, 내부거래위원회 권한 강화와 투자심의위원회 및 ESG양성평등위원회 신설 등 거버넌스 개선이다. | MBK파트너스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의 훼손된 기업 및 주주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와 주주가치 제고방안 등을 설명했다. /이한림 기자 |
김 부회장은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고려아연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한 답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적한 향후 사업계획 부재 등에 대해서도 언급을 이어갔다. 김 부회장은 "(이복현)원장님 말씀은 시총 30조원이 넘어가는 회사에 경영에 참여하려면 주주들에 장기 비전과 경영 전략 등을 설명해야 한다고 이해했다. 오늘도 그 일환이고 지금부터 쭉 주주에게 비전 제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단기 투자자본인데 인수할 수 있겠나'라는 질문은 늘 맞닥뜨리는 질문이다. 그 전에 우리가 20년 장기비전이라는 게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20년 뒤 사업계획을 지금 세울 수 있나. 20년 뒤에 잘 되는 회사가 되려면 오늘 당장 회사가 잘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MBK는 고려아연 측에서 질의한 MBK의 답변과 MBK에서 고려아연에 던지는 질문 등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고려아연 측이 이날 오전 제기한 NDA(비밀유지계약)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부회장은 "MBK는 2022년 5월 체결한 NDA에 따라 제공받은 정보를 보호하고, 계약 종료 전까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행위를 금지한다는 약속을 준수했다"며 "NDA의 핵심은 제공받은 정보를 계약 종료 후 일정 기간 활용하지 말라는 것인데, 해당 계약은 이미 2024년 5월경 종료됐다. MBK는 이후 활동을 진행했기 때문에 이 논란과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끝으로 김 부회장은 82일 만에 연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에 대한 질문에 답변했다. MBK는 지난 9월 19일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20년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본시장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면서도 "왜 1대 주주가 이사회에 못 들어가는지, 왜 이렇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뭘 약탈했는지 모르겠는데 약탈적 투기자본이라고 하고, 중국 자본도 없는데 중국 얘기가 나오고, 기술 문외한이라는 지적을 받는지 모르겠다고려아연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사업계획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회사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수학을 못하는 회사가 아니라 국어는 못하는 회사라는 뜻"이라며 "그런데 (고려아연 측은)우리한테 자꾸 수학만 가지고 이야기 하고 있다. 최 회장 취임 직후 여실히 드러난 지배구조 실패 등에 위협 받은 주주가치를 보호하고 선진 거버넌스 체제로 탈바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MBK·영풍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경영권 분쟁의 키가 될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는 내달 23일 열릴 예정이다. 주주 명부 폐쇄일은 20일이며, 막판 장외 신경전을 비롯해 치열한 의결권 확보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2kuns@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