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양 방산 공급망 재편 '기회'…정계발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 방산 분야에서 충돌을 거듭하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최근 갈등을 멈추고, 화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종합학술대회에 참가해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한화오션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 이후 글로벌 방산 공급망 재편이 예고된 상황에서 호기를 잡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갈등을 중지하고 화해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만 12·3 비상계엄 사태 등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변수라는 평가가 있다. 10일 조선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 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구속 송치했다. 왕 전 청장은 지난 2020년 방사청장으로 퇴직한 뒤 한 세무법인에 근무할 당시 정보기술(IT)업체에게 방사청 알선 대가로 총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1억2000만원 고문료와 8000만원 비상장 주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수사는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 사업자에 선정되는 과정에 왕 전 청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시작됐다. 경찰은 HD현대중공업 연관성을 발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HD현대중공업 직원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임원급 개입 여부를 수사해달라는 한화오션 고발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해당 사건 직원이 한화오션 관계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22일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적기 전력화로 해양 안보를 확보하고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발 취소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라며 HD현대중공업 고발 취소장을 경찰에 냈다. HD현대중공업 측도 한화오션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며 혐의없음이라는 수사 결과를 밝혔다. | 지난 2월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 등을 소개하는 모습(왼쪽)과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가 카를로스 델 토로 장관과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하는 모습. /HD현대, 한화오션 |
양사가 화해 국면에 접어든 배경으로 트럼프 2기 정부 대응 등이 언급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 협력을 강조했다. 한화오션이 진행하는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확대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양사가 심혈을 기울인 10조원 규모 호주 수상함 입찰에서 모두 탈락한 점도 협력 필요성을 느끼게 한 계기로 보인다. 미국의 우방국 조선업체의 협력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과 독일 등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화해의 손을 잡아도,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은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입찰 방식 결정은 내년 상반기로 늦춰졌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방산업체 지정 실사 단계에 있다. 방사법상 방산물자인 KDDX는 정부 지정 방산업체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순탄치 않았던 양사 관계에 개선 조짐이 보이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 역할이 불안해지면서 해양 방산 발전이 더딜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당장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만난 사디프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대통령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문을 취소했다. 다만 양사 모두 현재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탄핵 정국과 관련해)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도 "당장 어떤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해외 방산 협력 활동은 국내 상황과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며, 주요 국가와도 평상시와 같이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bell@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