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신영증권이 2025년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65원까지 상향했다. 증권가는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환율 상단 1440~1450원 내에서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10일 "비상계엄에서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원화는 약세 재료에 노출됐다"며 "내년 상단 전망치를 40원 높인 1465원으로 수정하고, 분기별 전망치도 일제히 30원씩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환율 전망을 상향한 이유는 국내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여당의 반대로 탄핵안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고, 탄핵안이 가결되어도 헌법재판소 재판관 부족으로 절차 지연 가능성이 높다.
조 연구원은 "과거 두 차례 대통령 탄핵 사례(2004년, 2016년) 대비 대내외 거시경제 여건은 보다 부정적이고, 금융시장도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이라며 "외국인 입장에서는 기존에 고려하지 않았던 불확실성이 추가됐다는 점에서 실물경제 영향보다 격한 반응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상계엄 선포 직전(3일) 달러 인덱스는 106.5에서 106.2(10일) 내외로 하락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1402.9원(3일)에서 지난 9일 1437.0원으로 34원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온전히 국내 요인에 의한 원화 약세 압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은 낮지만, 1400원대에서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국내 정치적 리스크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유도해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1%대를 고려하면 2년 전 저항대 1440원 수준까지 상승 시도를 지속할 수 있다"며 "환율의 변동성 확대, 상승 압력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하반기 매도 우위 추세가 매수세로 전환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 연구원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해 국내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착된 현 상황에서는 더욱 이러한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2025년 상반기 내 강달러가 서서히 완화되며 원·달러 환율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하나,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성 확대를 예상한다"며 "원·달러 환율이 1440~1450원 내에서 방어되는지 여부가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0원을 돌파하며 상승 폭을 확대하며 1437.0원에 마쳤다. 그러나 10일에는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으로 10.1원 하락해 1426.9원에 마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