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의 탄핵 불발로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금융당국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 및 해외 외교·경제당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해외 금융·감독당국 등의 문의에 직접 답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계엄 사태 이후 해외기관의 문의에 실시간으로 답변하는 형식으로 소통 강화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외교당국과 금융당국은 물론 투자자, 투자기관, 투자은행(IB) 등이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경제·금융 여파를 질문하면 금감원이 시장안정 정책과 현안 과제 등을 중심으로 이행 의지를 전달하는 식이다.
경제·금융당국이 소통 채널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 자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2360.58까지 떨어져 종가기준 연 저점을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세를 이어가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437.0원에 마감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자본시장을 포함한 전체적인 경제·금융시장의 안정”이라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우리나라 경제·금융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어려움을 잘 해결해 온 경험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등 현안과제가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도 있어 금융당국이 최선을 다해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안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감원은 해외 사무소의 역할을 대폭 키워 글로벌 소통채널을 강화하기도 했다. 해외 사무소는 계엄 사태 직후부터 현지 조달·자본시장 상황을 24시간 점검하고 우리 시장에 대한 글로벌 평가까지 한국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면 실시간으로 원장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핫라인도 구축했다.
금감원과 별개로 정부는 금융시장 관련 글로벌 소통을 담당할 부처를 기획재정부로 일원화해 국제사회의 우려에 선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금융은 기재부가, 국내금융은 금융위원회가 맡아 외국인 투자자 등과의 소통은 기재부가 총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정부는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 국제 신용평가사, 국제금융기구, 해외투자자, 주요국 재무장관, 국제 IB 등을 대상으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명의 서한을 발송하기로 했다. 국제금융협력 대사도 국제기구와 주요국에 파견해 대외신인도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최 부총리는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정치 상황으로 주한국 기업들을 비롯해 본국 우려가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외국기업의 투자와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평시와 같은 정책대응을 지속하고, 양국 간의 신뢰 유지와 경제협력 증진에 아낌없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확대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최전방에 있다”며 “외국계 금융사·투자자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지주사의 안정성은 물론, 우리 금융시스템의 회복력도 적극 알려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밸류업 프로그램과 공매도 시스템 구축 등 금융정책 현안을 당초 일정과 계획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매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금투세 폐지 등 투자심리 안정화에 필요한 주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해외 투자자, 글로벌 IB 등과 소통을 강화하며 자본시장 선진화 의지를 적극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