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에 요동치는 시장 속에서 의류 업종의 주가 흐름이 견조하다. 증권가는 최근 중국 지도부가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밝히면서 국내 의류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K-패션이 글로벌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는 K-컬처를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부터 전일까지 코스피 업종 지수 중 가장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한 업종은 섬유·의복 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코스피는 2.30% 밀렸으나 섬유·의복 지수는 2.39% 올랐다. 이 지수는 F&F, 한세실업, 한섬, 제이에스코퍼레이션 등 국내 주요 의류 브랜드 및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같은 섬유·의복 지수의 강세는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 의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 중국 공산당은 정치국회의를 통해 통화 정책 기조를 기존 '온건'에서 '적절하게 완화'로, 재정정책은 '적극적'에서 '더 적극적'으로 수정하며 전방위적인 내수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중국 내 입지를 다지고 있는 국내 의류 업체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부양 의지가 확인되면서 당분간 중국 경기 수혜 대표 산업으로 의복 업종을 꼽는다. 트레이딩 매수 전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F&F나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등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 중인 브랜드사는 그간 중국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른 성장률 저조로 인해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점을 지지 중이었다. 이제 중국 경기 부양 기대감에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K-엔터, 뷰티, 음식료 등 'K-컬처'의 글로벌 인기가 패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하며 입지를 다진 한국의 화장품과 같이 패션 분야도 전세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현상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면서 "일례로 일본 라쿠텐 그룹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10대와 20대 연령층에서 기존 패션 강국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모든 나라를 합쳐도 그 인기가 한국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특히 K-패션이 좁은 내수 시장만을 사업 영역으로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를 무기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는 게 유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2010년대 해외 진출이 외산 중저가 브랜드를 무차별적으로 흡수하던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국내 기업이 기획한 순수 한국 브랜드 자체에 대해 높이 평가받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를 방문하는 해외 소비자에 의해 입소문이 나고 있다. 이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단계인 만큼 한국 브랜드의 높은 성장성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