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계엄·탄핵 정국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내년 1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3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내수 부진 속 수출 여건 악화로 1%대 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리더십 공백까지 겹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활용도 여의치 않아 한은의 통화정책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한은은 '비상계엄 이후 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으나 대외 여건 불확실성과 실물 경제 위축 조짐은 여전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소비자·기업심리지수나 분기별 성장률과 연관이 큰 일별 뉴스심리지수(NSI)의 경우 100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12월 들어 83.2로 급락했다. 2022년 12월(82.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용카드 사용액도 12월 들어 증가세가 주춤하다.
한은은 "과거 탄핵 때와 달리 대외 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며 "해외 요인이 국내 요인과 중첩되면 그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경정예산 등을 여야가 합의 추진해 우리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정국 혼란을 내년 성장률을 제약하는 악재로 인식했다. 탄핵 정국 이전에도 우리 경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내년부터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는데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졌다는 평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국계 투자은행(IB) 씨티는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1.5%로 예상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이 둔화하고 소비 여력도 약해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기업 투자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민간 수요 회복을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 10월과 11월에 이어 내년 1월까지 3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이유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돌고 있지만 경기 부진이 심각하고 물가 상승률도 목표물가(2%)보다 낮은 점을 감안하면 인하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 재정을 경기 부양의 마중물로 삼아야 하지만 새 정권 출범 전까지는 확장재정 논의가 뒤로 밀릴 공산이 크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내년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며 연 2.75%로 낮출 것"이라며 "높은 환율에도 디스인플레이션 환경과 경상수지 흑자 등 견고한 대외 포지션이 유지되는 만큼 한은이 성장을 우선시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경제에 집중하고 사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게 한은의 스탠스"라며 "상반기에 금리 인하가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