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구분하는 용어가 갈수록 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부터 X세대, 밀레니얼(M) 세대, Z세대를 거쳐 알파(Alpha) 세대가 등장했다. MZ세대, 잘파(Z+Alpha) 세대로 묶기도 한다. 나이를 경계로 집단화한 단어들은 기업의 영업·마케팅 전략을 비롯한 여러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 '어떤 세대의 가치관은 대략 이러하다' '어떤 세대의 성향은 이전 세대와 차이가 난다'는 식이다.
세대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용어가 최근 부상하고 있다. '퍼레니얼 세대(Perennial generation)'가 그것이다. 마우로 기옌(Mauro Guillen)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퍼레니얼은 원래 '다년생 식물'을 의미한다. '지속적인' 또는 '반복되는'이란 뜻도 있다. 자신이 속한 세대의 생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은 사람을 가리킨다. 이른바 '멀티 제너레이션'이 등장한 이유는 기대 수명 증가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있다.
사람들은 점차 전통적인 연령의 고정관념과 기대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이는 주거 환경, 교육, 직장을 포함한 삶의 여러 영역에서 확인된다. 예를 들어 중년에 직업을 바꾸거나, 젊은 직원이 나이 든 직원의 멘토가 되거나,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공동 학습을 하는 모습이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현대인들이 더는 순차적 삶을 살기보다 나이에 좌우되지 않는 다년생적 사고방식(Perennial mindset)으로 산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옌 교수는 다년생적 사고방식이 세대 간 마찰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놀이, 학습, 일, 은퇴란 경직된 단계를 밟는 순차적 삶의 모델이 세대 간 갈등을 증폭했다고 분석했다. 부모는 사춘기 자녀에게 가혹한 비판자가 됐다. 근로자들은 의료비와 연금을 내기 위한 세금을 싫어하고, 은퇴자들은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에 시달렸다. 이러한 갈등의 규모를 줄이고 세대 간 이해를 높이기 위해 순차적 삶의 모델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야 한다고 기옌 교수는 설명했다.
다년생적 사고방식이 바탕이 된 사회에서는 모든 연령대가 공평하게 경쟁할 뿐 아니라, 활동 인구 확대로 국내총생산(GDP) 성장 잠재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옌 교수는 내다봤다. 다세대로 이뤄진 회사에선 양방향 멘토링의 기회가 확대돼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이며, 더 많은 사람이 일하면 연금 제도의 재원 조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퍼레니얼 세대의 모습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신복고(新復古) 또는 뉴트로(Newtro) 현상을 보면, 자녀 세대인 Z세대는 부모 세대인 X세대가 같은 나이대에 즐겼던 취향과 감성을 현시대에 맞춰 재해석해 즐기고 있다. 뉴진스 등 케이팝(K-Pop) 아이돌 그룹들 역시 1990년대 감성을 그대로 가져와 인기를 끌고 있다. 1990년대 인기 만화인 슬램덩크가 지난해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개봉했을 때는 10~40대에 걸쳐 화제가 돼 역대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올랐다. 뉴트로가 유행하면서 X세대와 Z세대가 결국 같은 문화를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모습은 M세대와 그의 자녀 세대인 알파 세대 사이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