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증권사가 내년 시장 공략을 위해 행한 조직개편의 키워드는 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WM) 부문과 퇴직연금 시장내 경쟁력 강화로 요약된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초고액자산가 관련 서비스와 영업에 집중해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은 2025년 조직개편의 핵심은 '리테일 사업 강화'다. 특히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초부유층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리테일 비즈니스 변화 관리를 총괄하는 리테일혁신본부를 신설했다. 리테일혁신본부는 NH투자증권에 30억원 이상의 자산을 맡긴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디지털서비스를 제공하고, 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통상 초부유층을 위한 대면 서비스로 공연, 외부 강사 초청 강연 등이 주로 이뤄졌다면 NH투자증권은 리서치센터장 출신이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로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프리미어블루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투자와 관련한 경제 전반의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단순 자산관리는 PB들이 충분히 잘하고 있는 영역이지만 최근 초부유층들은 투자뿐 아니라 거시경제, 미시경제 등 경제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며 "실제 프리미엄블루본부에서 초부유층 대상 경제 세미나를 진행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도 WM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PWM부문(Private Wealth Management)을 신설했다. 투자전략부문 산하에 Wealth Tech본부를 신설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수요에 맞춰 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대면 거래 서비스에 보다 집중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상위 10% 고객의 잔고가 일반고객을 모두 합친것보다 많고, 미래에셋증권 자산의 90%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며 "비대면 거래보다 대면거래를 선호하는 초고액자산가의 수요에 발맞춰 세무, 증여 등 종합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메리츠증권은 리테일부문을 성장의 핵심축으로 키우기 위해 리테일 조직을 확대했다. 우선 기존 리테일본부가 리테일부문으로 격상해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 또 리테일 부문 산하에 PIB센터, 리테일전략담당을 새로 만들었다. 눈에 띄는 점은 NH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리서치센터장이었던 이경수 전무가 리테일부문장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이 부문장은 리테일 부문을 총괄하는 한편 리테일 부분 산하의 초고액자산가 전담 프라이빗투자은행(PIB) 센터장도 겸직한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의 인사와 조직개편 시기에 맞춰 빠르면 20일 내년도 조직개편을 발표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처럼 내년에도 WM부문과 글로벌사업본부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원조 리테일 강자인 삼성증권은 올해 연말 인사에서 5명의 상무 승진자 중 2명을 IB부문에서 택하며 기업금융을 강화하겠단 의지를 다졌다.
WM부문과 함께 내년엔 퇴직연금시장에서 증권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보유 상품을 팔지 않고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현물이전)’ 제도가 지난 10월31일부터 시행된 영향이다. 이미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현대차증권 등 증권업계 퇴직연금 상위 사업자들이 나란히 퇴직연금본부에 중점을 둔 조직 개편을 실시하며 고객 유치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미래에셋증권이 27조375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차증권(2위·16조8082억원), 한국투자증권(3위·14조4822억원), 삼성증권(4위·14조1110억원), NH투자증권(5위·7조1866억원) 등의 순으로 2·3·4위의 규모 격차가 크지 않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의 수장은 신한투자증권을 제외하곤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모두 지난해 말 혹은 올해 초 신임사장으로 세대교체됐고 실적을 크게 올리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지만 업계에선 대표로서의 역량을 '실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별다른 사고가 터지지 않는다면 연임이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김종민 메리츠증권 기업금융·관리 대표이사 부사장은 지난 12일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이제 막 대표자리에 올랐다.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KB증권의 김성현 기업금융(IB)부문·이홍구 자산관리(WM)부문 대표는 최근 연임에 성공했다. 이들의 연임임기는 1년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