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유엔젤이 코스닥 상장사 이루온과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최근 유엔젤의 경영권 분쟁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사측이 선제적으로 자사주를 우호 지분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엔젤은 자사주 23만7769주(1.8%)를 이루온에 양도한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주당 가격은 5155원으로 총 12억원 규모다. 같은 날 이루온도 자사주 83만8942주(3.0%)를 주당 1461원, 총 12억원에 유엔젤로 양도했다. 양 사의 자사주를 맞교환한 것이다.
유엔젤은 이루온과의 신규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위해 자사주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유엔젤이 보유한 5G 과금, 메세징 솔루션 기술과 이루온이 보유한 5G 가입자 및 룰 정책 관리 기반 솔루션 등의 결합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한다는 취지다.
이번 자사주 교환으로 유엔젤은 신사업 협력뿐 아니라 우호 지분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 등에게 양도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유엔젤의 경영권 분쟁설이 퍼진 바 있다. 유엔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지난달 초 한 법인이 유엔젤 지분을 5% 이상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유엔젤의 최대주주는 박지향 유엔젤 부회장으로 4.63%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자인 유지원 대표(2.87%)와 임원들, 유엔젤근로복지기금(6.21%) 등을 합치면 총 15.61% 수준이다.
유엔젤을 장내매수한 곳은 ‘더원엠티에스’라는 법인이다. 더원엠티에스는 지난달 7일 유엔젤의 주식 82만6760주(6.27%)를 장내매수했다고 처음 공시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특수관계사인 ‘위즈앤컴퍼니’를 통해 19만8147주(1.5%)를 추가로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총 7.78%다. 유엔젤근로복지기금 지분을 뺀 최대주주 측 지분인 9.4%와 1.62%포인트 차이다. 더원엠티에스가 현 주가 수준에서 약 12억원 정도를 들여 유엔젤 지분을 더 매입하면 메울 수 있는 격차다.
이 상황에서 이루온이 받은 유엔젤 지분 1.8%가 유엔젤 현 경영진을 위해 사용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또 유엔젤은 전날 자사주 17만주(1.29%)를 유엔젤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게다가 아직 자사주를 83만3801주(6.3%) 더 보유하고 있어 향후 추가로 활용할 여지도 남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엔젤 주식을 장내매수한 법인이 경영권 참여가 아닌 단순투자목적으로 공시를 하고 있어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지분율일 것”으로 평가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