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일 올해 수출 전망에 대해 "전체적으로 수출 증가율이 2024년보다 낮아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고사양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견조한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수출 증가세는 유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이날 '11월 국제수지(잠정)' 발표 뒤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향후 수출 전망에 대해 "반도체의 경우 고부가가치,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견조한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 증가세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있고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점, 그간 반도체 수출이 잘 이뤄져 왔던 기저효과 등의 측면이 있어 증가세는 둔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상수지는 당초 전망치인 900억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관 기준 무역수지를 보면 11월보다 12월에 흑자폭이 늘었다"며 "12월에도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상당폭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조사국 전망치인 9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고환율 상황이 경상수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환율 변동 그 자체보다는 추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주요 수출국의 경기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치겠다"며 "과거와 같이 환율로 수출이 잘 된다는 측면보다는 품질경쟁력, 브랜드 경쟁력, 기술경쟁력을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송 부장과의 일문일답. - 작년 12월과 올 한해 경상수지 흐름 전망은.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900억달러) 달성 가능한가. ▲12월에도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상당폭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관 기준 무역수지를 보면 11월보다 12월에 흑자폭이 늘었다. 이를 기초로 상품수지는 양호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조사국 전망치인 9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냈다. 반도체 수출 전망은. 향후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나. ▲반도체의 경우 고부가가치, 고사양 반도체는 수요가 견조한 상황이다. 수출 증가세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2월 통관 수출도 연말 수출 실적 마감 등의 영향으로 반등했다. 2025년 들어서는 전체적으로 수출 증가율이 2024년보다 낮아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있고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점, 그간 반도체 수출이 잘 이뤄져 왔던 기저효과 등의 측면이 있어 증가세는 둔화하겠다. 다만 여전히 고사양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견조한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 수출 증가세는 이어지겠다.
▲외국인 증권 투자 측면에서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실적이 둔화하는 모습이 작년 하반기에 나타났다. 반도체 투자 심리도 다소 약화되는 모습이었다. 작년 8월부터 특정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 주식투자가 매도세를 보였다. 12월의 경우 국내 상장주식과 채권이 매도세를 기록했는데, 주식 순매도 규모는 11월보다 감소했다. 특정 종목에 대한 매도세도 다소 완화된 측면이 있다. 이 부분은 상황을 봐야겠지만 그렇게 나쁘게만 흘러갈 것이라 보기엔 좀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
-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1.2%로 10월보다 둔화했다. 원인은. ▲수출은 2023년 10월부터 플러스로 전환한 이후 수준이 많이 올라간 상황이다. 작년 기저효과 등을 감안해 수출 증가율은 낮아진 모습이다.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등 IT 품목은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면서 기존과 동일하게 증가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비IT 품목의 경우 두드러진 부분이 석유 제품과 승용차가 감소한 부분이다. 석유제품은 9월 이후로 국제유가가 많이 안정화되면서 석유제품 가격도 이에 반영돼 하락한 영향이 있었다. 승용차는 10월부터 11월 초까지 부품업체 파업으로 완성차 업체가 보유한 부품 재고가 소진돼 생산 차질이 발생한 요인이 있었다. 전기차 수요 부진 영향으로 인해 일부 생산라인 가동이 원활치 않은 영향도 있었다. 이로 인해 비IT 품목 수출이 다소 감소한 특징을 보였다.
- 수입이 감소한 배경은. ▲수입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 도입 단가가 하락하고, 나프타 등 석유제품 가격도 하락하면서 원자재 수입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자본재는 반도체제조장비 등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늘었다. 소비재 측면에서는 승용차 수입이 크게 감소했다. 11월 말 폭설 영향으로 물건이 들어오는 통관이 지연된 측면이 있었고 전반적인 소비심리 악화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경상수지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20일 취임을 한다. 취임 이후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멕시코, 캐나다의 경우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는데 해당 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의 생산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해당 기업에서 들어오는 본원소득수지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캐나다, 멕시코 등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내 소재 기업의 수출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중국의 영향에 따라 우리도 대중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 현재는 중국과 우리나라가 보완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전환되는 부분이 있어 우리가 어떤 반사효과를 받을 수 있는지 지켜봐야겠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보호무역 기조 강화되고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 같다. 실제 정책의 시기와 강도 등에서 정책변화를 면밀히 지켜보고 대응해야겠다. 2월 경제전망 때 이를 반영하지 않을까 싶다.
- 지난 10월 대미, 대중 수출이 플러스였지만 11월 들어 마이너스 전환했다. 그 이유는. ▲대미 수출은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투자 확대에 힘입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의 경우 중국의 경기 둔화, 부품 자체 조달 증가, 재작년까지 중국 내 IT 업황 부진 등이 있었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중 수출은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1월의 경우 중국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정보통신기기 중심으로 판매가 덜 됐다. 중국은 아직까지 내수 회복이 더뎌서 화공품 등의 수출이 줄어든 면도 있다. 미국은 두 가지 흐름이 있다. 첫째는 반도체, 정보통신기기는 수출이 크게 증가한 부분이다. 하지만 승용차 부문이 전기차 캐즘 현상 등이 있었고 기계류정밀기기는 설비투자, 건설투자 부분이 다소 원활하지 않았다.
- 12월 여행수지 적자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나. ▲11월 여행수지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입국자 수가 줄어들면서 10월에 비해서는 적자폭이 소폭 확대됐다. 12월의 경우 연말 요인과 겨울방학 시작으로 출국자 수가 늘어나면서 여행수지 적자폭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국 불안 등으로 인해 입국자나 출국자 수를 일부 위축시킬 수는 있겠지만 연말과 겨울방학철 영향이 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 12월 환율이 많이 올랐다. 12월 수출에 미칠 영향은. ▲환율은 과거와 최근의 흐름이 다르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수출기업 입장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은 가격을 높게 판매할 기회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경우에는 생산 가격 부담이 있다. 수출에는 긍정적일 수 있고 수입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두 가지 측면이 전통적으로 있었다. 최근에는 생산시설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수출의 환율 탄력성이 과거보다는 약화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옛날에는 가격이었다면 지금은 기술 등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환율로 수출이 잘 된다는 측면보다는 품질경쟁력, 브랜드 경쟁력, 기술경쟁력을 중심으로 가야 한다. 최근 환율 상승의 특징 중 하나는 달러화 강세다. 따라서 글로벌 투자, 글로벌 수입 수요가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환율 변동 그 자체보다는 추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주요 수출국의 경기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치겠다. 이 부분을 유의 깊게 봐야 한다.
- 환율 수준이 1400원대로 올라도 수출에 미치는 효과나 영향은 거의 없는 건가. ▲경상수지 측면에서 봤을 때 특정 환율 레벨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글로벌 환경, 각국의 정책적 측면들에 따라 여건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더 집중해야겠다. 환율 수준 자체가 과거만큼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수입은 환율 1400원대 수준에서 어떤 영향 받게 되나. ▲수입액이 환율로 인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출 기업의 경우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 정도만 말씀드리겠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